레알까지 해치웠다 독일 축구 기세등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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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도르트문트 레반도프스키 4골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무려 4골을 터트린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앞)가 골을 터트린 후 포효하고 있다. 도르트문트 공격수 레반도프스키는 폴란드 3부·2부 리그를 거치며 월드 클래스의 공격수로 성장했다. [도르트문트 로이터=뉴시스]

유럽 축구 패권이 스페인에서 독일로 넘어가고 있다. 도르트문트가 25일 홈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세계 최고의 클럽 레알 마드리드를 4-1로 대파했다. 전날 바이에른 뮌헨이 바르셀로나를 4-0으로 완파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어진 독일의 대약진이다.

 현역 시절이던 1993년 대표팀 소속으로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 뒤셀도르프와 경기를 치른 경험이 있다. 그때 독일은 피지컬을 앞세운 선 굵은 축구를 펼쳤다. 하지만 20년 만에 다시 현장에서 지켜본 ‘독일 전차’는 훨씬 더 진화했다. 북유럽의 힘에 남유럽의 기술을 탑재한 ‘스마트 전차군단’으로 변했다.

 이날 단연 돋보인 선수는 네 골을 몰아친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25·폴란드)다. 2011년 10월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 대표팀과의 평가전(2-2 무)에서도 한 골을 넣었던 선수다. 페널티박스 내 어디서든 골을 터트릴 수 있는 결정력과 유연성은 마치 데니스 베르흐캄프를 연상시켰다. 최순호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의 전성기 때도 생각났다.

 그러나 이틀 연속 독일 분데스리가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를 압도한 건 어느 한 선수의 활약 때문이 아니다. 독일교포 축구 에이전트 마쿠스 한은 “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우승에서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걷던 독일 축구는 99년 대대적인 개혁을 시작했다. 전국에 유소년 교육센터 121곳을 세우고, 분데스리가 1·2부 리그 36개 팀에 의무적으로 유소년팀을 두게 했다. 토마스 뮐러(24), 토니 크로스(23·이상 뮌헨), 마리오 괴체(21), 마르코 로이스(24·이상 도르트문트) 등이 그 유산이다. 독일은 남아공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성과를 확인했고, 이번 챔피언스리그에서 결실을 맺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정 페어플레이’도 분데스리가를 튼튼하게 만드는 밑거름이다. ‘재정 페어플레이’는 수입 이내에서만 지출하자는 축구단 재정 건전화 운동이다. 도르트문트는 가가와 신지를 5억원에 사서 맨유에 50배인 250억원에 팔았다. 경기력과 함께 구단의 재정도 함께 생각하기 때문에 이뤄진 거래다. 넘치는 관중은 분데스리가 르네상스의 가장 큰 원동력이다. 분데스리가는 2011~2012 시즌 경기당 평균 4만5116명의 관중으로 전 세계 축구 리그 중 1위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3만4602명), 스페인 프리메라리가(2만8462명)가 뒤를 잇고 있다.

도르트문트=신태용 전 성남 일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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