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라인 앞에서 쓰러진 왕위후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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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세계바둑오픈 준결승전 제2국
[총보 (1~273)]
白·한국 曺薰鉉 9단 | 黑·중국 王煜輝 7단

길고 긴 여로였다.왕위후이7단은 때로는 떨었고 때로는 근심하면서도 사력을 다해 투쟁했다.

'조훈현'이라는 존재는 마법사처럼 펄럭이며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했다. 때로는 조훈현을 잡을 기회도 있었으나 어떤 불가사의한 힘이 왕위후이의 손을 묶어버렸다.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러도 왕위후이는 이 승부를 잊지 못할 것이다.

2대0. 조훈현9단 대 왕위후이7단의 승부는 이렇게 끝났다. 속보를 전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선 "왕위후이는 역시 조훈현의 상대로는 부족했다"고 말하고 있었다.

중국 측에선 다른 한판의 준결승전 상대인 왕레이(王磊)8단이나 후야오위(胡耀宇)7단보다는 왕위후이7단이 한수 처진다는 점을 지적하며 4강전에서 왕위후이와 만난 曺9단의 '추첨운'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왕위후이7단은 이판에서도 나타났듯이 다 이긴 승부를 졌다. 마라톤으로 치면 그는 가장 먼저 관중이 기다리는 운동장에 모습을 드러냈고 눈앞의 결승라인을 향해 선두로 달리고 있었다.

그런 王7단이 돌연 다리에 쥐가 난 사람처럼 쓰러졌다. 181과 187의 수순 착오로 스스로 무너지고 만 것이다.

쉽게 볼 수 있는 수순,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 눈이 멀어버린 왕위후이. 하지만 이런 일은 흔하다.

가혹하지만 이것이 승부고 이것이 인생인지도 모른다(122=114, 150.273=2, 153=55, 220=73, 272=199, 275=162). 275수 끝. 백 3집반 승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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