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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원선 철로 폭파 사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 5일 밤 경원선에서 일어난 철로 폭파 사건을 수사중인 군·경 합동조사반은 이 사건이 민심을 교란시키기 위한 무장간첩의 계획적인 소행인 것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폭파 사건의 경위인 즉 서울발 신탄리행 경원선 제311호 통근열차가 초성역 남방 5백 미터 지점에 이르렀을 때 TNT가 폭발, 급 「브레이크를 걸었으나 끝내 동 열차 객차 5양 중 3양이 탈선한 것이었다. 이 불의의 폭파사고로 5백여 승객 중 10여명이 부상했으나 다행히 인명의 피해는 없었다. 단 1초 차로 엄청난 위해를 기피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급거 출동한 군·경 조사반은 폭발 현장에서 1백50미터 떨어진 개울 건너 숲 속까지 「코일」선이 깔려 있는 것과 TNT 폭파 시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바테리」 등을 발견하였다. 그리하여 한국철도사상 초유인 이 철로 폭파사건을 무장간첩의 계획적인 소행으로 보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또한 철도청은 사건의 중대성에 비추어 산업철도와 중요철도에 대한 경비를 군 당국에 요청하고. 한편 교통부는 전 철도 종업원에게 선로 경비 규정에 의한 갑종 경비령을 내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한다.
아무튼 53년 휴전이후 처음 있는 열차폭파 사고요, 철도사상 초유의 충격적인 사건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이 사건을 극히 심각한 것으로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첫째, 그 동안 경향 각지에 대규모 무장 간첩단이 준동하여 양민을 살해하는 등 갖은 만행을 저질러 왔었지만, 이번처럼 치밀하게 사전에 짜여진 것은 아니었고, 또한 대량학살을 노린 것도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 그런 점으로 본다면 이번 폭파사건은 그 질에 있어서 단연 가공한 것이 아닐 수 없었다. 만일 1초만 늦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하고 생각할 때 모골이 써늘해 진다. 이번 사건이 인명의 피해 유무를 불구하고 중대시되어야 할 이유가 거기에 있다.
둘째, 무장간첩들이 나돌기 시작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의 대공 방첩망은 어떻게 짜여졌고, 우리의 휴전선은 어떻게 지켜지고 있기에 무수한 인명을 앗아갈 뻔했던 이러 열차 폭파사건이 일어났단 말인가.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중대 사건이다. 장차 이와 동류의 사건들이 빈발되거나 또는 전 열차가 삼엄한 경계 속에서만 비로소 운행되는 사태가 도래한다면 그때 끝없이 번져나갈 민심의 불안은 무엇으로 가시게 할 수 있단 말인가. 뿐만 아니라 한국과 정치·경제·문화면 등에서 상호협력 관계를 중대 시키려는 우방들은 그런 사태를 어떻게 바라 볼 것이며, 한국의 대외 관계는 그것으로 인하여 얼마나 위축될 것인가.
그래서 우리는 이 사건을 극히 중대시하여야 하며, 거기 따라 물샐 틈 없는 방어책을 강구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 사건은 다행히 인명의 피해가 없었다하여 경시될 사건이 아니며, 단 한 곳에서 일어난 사건이라 하여 소홀히 다루어 질 사건도 아니다. 당국은 사건의 중대성을 직시하고 그 방비에 만전을 기할 국가안보사의 무거운 책임이 있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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