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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후의 남과 북|월남9·3총선과 협상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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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오랜 진통 끝에 실시되는 월남의 9·3 대통령 선거는 그것이 월남 사태 해결에 새로운 전기를 가져올 수도 있는 몇 가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 온 세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9·3 선거는 월남전이 격화한 이래 처음으로 수립될 민간 정부의 탄생을 뜻하므로 외부 세계의 관심은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느냐 보다 이 선거에 어느 정도의 유권자들이 참가할 것이며 또 그 결과 탄생되는 민간 정부가 얼마마한 안정성을 가지고 전반적인 월남 사태 해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집중되고 있다.

<강력해질 협상 추진력>
이번 선거의 결과로 나타날 현상은 첫 째, 앞으로 평화 협상이 이루어질 경우 월맹에 대한 월남 협상 주체의 확립이다. 월맹 측에서는 월남 국민들을 진정으로 대변하는 정치 단체는「베트콩」뿐이라고 주장,「사이공」정부를 이른바 미국의 군사 괴뢰로 일축해왔다. 따라서 민선 정부가 서면 그것이 비록 민간 복으로 갈아입은 군인의 정부가 되더라도 명분상으로는 최소한 월맹 정부에 맞설 수 있는 협상 주체로 내세워질 수 있을 것이다.
둘 째, 선거 운동 기간을 통해 민간 후보자들이 표면화시킨 월남인들의 강렬한 평화에의 새 정부에 대해 무시할 수 없는 압력을 작용함으로써 협상 추진에 새로운 힘을 가하게 될 것이다.
이미 북폭 중지를 요청하겠다는 「티우」 국가 원수의 공약은 「워싱턴」으로부터 호의적 반응을 가져왔고 뒤에 발언을 수정하기는 했지만 「티우」원수는 「베트콩」과 협상할 용의가 있다고 까지 말한 바 있다. 이는 평화에 대한 월남인들의 열망이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구체적 증거이다.

<흐려지는 전쟁 장기화>
세 째, 연일 계속되고 있는 북폭과 적극성이 결여된 공산권의 지원으로 월맹이 계획 추진하고있는 전쟁 장기화 전망이 흐려지고 있는 현실을 두고볼 때 「사이공」의 새로운 민선 정부 수립은 월남전 당사자들의 입장을 평형 상태로 접근시키게 되어 과거 어느 때보다 더 짙은 협상 분위기를 조성해줄 것으로 보인다.

<맥 국방의 정치 해결론>
이러한 시기에 「맥나마라」미 국방 장관이 지난 2년 반 동안 계속해온 북폭의 한계성을 인정하고 『재래식 공습이나 해군 작전, 혹은 도시에 대한 계속적이며 조직적인 폭격도 호지명을 굴복시키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이 이상 확폭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는 곧 무제한의 확폭을 맹렬히 주장하는 소위 「독수리」파 지도자들의 가열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월남전의 초점을 월맹으로부터 다시 월남의 지상전으로, 그리고 군사적 승리에서 정치적 해결방안으로 옮기려는 「맥나마라」의 새로운 구상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월남전 때문에 급격히 국민들의 지지를 잃어 가고 있는 「존슨」이 승리도 패배도 기약할 수 없는 끝없는 장기 소모전의 전망을 놓고 평화 협상을 그 대안으로 심각히 고려하고 있음직도 하다.

<관심은 새 정부의 단결>
이 상과 같은 이유로써 이번 대통령 선거후 대대적인 평화 공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문제는 이와 같은 일반적 추세를 간단하게 뒤집어 버릴 수 있는 열쇠는 앞으로 형성될 월남의 민간 정부의 안정도에 있다는 점이다. 당선이 가장 유력시되는 군부대표 「티우」·「키」조는 선거가 실시되기 전부터 벌써 정쟁을 벌이고 있다고 근착 「뉴스위크」지는 보도하고 있다. 만약 이와 같은 증상이 계속되어 이번 선거의 의의가 군사 독재에 합법성을 부여하는 데 그친다면 미국뿐 아니라 월남전에 직접 개입하고 있는 모든 우방의 입장은 지극히 난처해질 것이다. <장두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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