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썰전'의 도발 … 이런 토크는 이제껏 없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JTBC 실명비평 토크 프로그램 ‘썰전’중 ‘뉴스털기’ 코너. 왼쪽부터 진행자 이철희·김구라·강용석. 신랄한 독설과 풍자로 토크쇼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사진 JTBC]

아니, 이렇게 용감무쌍한 프로그램을 보았나. 가감 없는 실명 토크쇼 JTBC ‘썰전’(목요일 밤 11시 방영)이 화제다. 평균 시청률은 2% 대지만, 연일 ‘썰전 어록’이 회자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썰전’은 ‘히든 싱어’와 함께 JTBC 예능의 간판 프로그램으로 주목받고 있다. ‘히든싱어’는 지난 20일 평균 시청률 4.3%(닐슨코리아)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비지상파 시청률 1위에 올랐다.

 ‘썰전’은 제목 그대로 매운 혀의 전쟁, 독설의 진수를 보여준다. 독설과 막말의 아이콘 김구라가 훨씬 깊어진, 내공있는 돌직구의 힘을 보여준다. 국회의원·변호사 출신의 방송인 강용석, 의원보좌관을 지낸 정치평론가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정치적 식견과 폭넓은 경험에 기초해 시사토크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이들 셋이 펼치는 ‘뉴스털기’에 이어, 아나운서 박지윤, 개그맨 이윤석, 영화평론가 허지웅이 가세한 ‘하이퀄러티 미디어비평’ 코너가 진행된다. 성역 없는 고강도 토크로 새로운 ‘틈새 예능’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힐링 대신 직설법으로=‘썰전’은 최근 TV 예능의 대세인 ‘힐링’ ‘착한 예능’에 반기를 든다. 일련의 자기고백적 예능 프로에 대한 대중의 피로감이 터져 나오는 것과 맞물렸다.

 가령 설경구 편이 논란을 빚었던 SBS ‘힐링캠프’는 스타가 자신의 스캔들이나 개인사에 대해 눈물을 쏟아내며 인간적 호소를 해 주목받았으나 결국은 당사자에게 면죄부를 줄 뿐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썰전’은 원조 격인 MBC ‘라디오스타’가 스타의 사생활, 이미지 등을 비평의 대상으로 삼았던 데서 나아가 TV 프로그램, 연예기획사, 스타, 제작현실 등 폭을 넓혔다. 3대 연예기획사를 비교 분석하고, KBS ‘개그콘서트’의 위기를 진단하는 식이다. ‘제 눈의 티’를 보기 위해 종편 자아비판 특집도 했다.

 김수아 PD는 “같은 방송인의 입장에서 타 프로그램을 비판하는 것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 애정과 기대가 전제된 비판”이라고 말했다.

 ◆정치비평의 새 장=‘썰전’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정치비평인 ‘뉴스털기’ 코너다. 20·30대 젊은층, 중년남성들까지 ‘썰전’ 앞으로 불러모으고 있다. 김구라·강용석·이철희 세 진행자가 좁은 삼각 테이블에 머리를 맞대고 앉아 주고받는 핑퐁식 ‘말빨’의 향연이 백미다.

 김 PD는 “대선정국을 지나면서 고조된 정치적 관심이 정치예능의 여지를 열었다”면서 “술자리에서 침 튀기며 정치 얘기를 하는 분위기를 무대에 가져왔다”고 말했다.

 진행자들의 정치적 식견과 생생한 뒷이야기가 눈에 띄는 강점이다. 국회의원들이 몸싸움을 할 때 상대의 갈비뼈를 잡으면 기선제압이 가능하다는 ‘갈빗대 찌르기’ 기법을 털어놓는다든지 “외국에 가서 현지인을 만나면 외교, 한국사람을 만나면 외유”(강용석)라는 식의 뼈있는 내용들이다.

 인사청문회 등 정치현안을 다루면서도 진보(이철희)·보수(강용석)가 팽팽한 긴장 속에 균형을 갖췄다. 여·야, 진보·보수를 떠나 정치인, 정치현실 자체를 비판하는 것이다. 거기에 정치 쟁점을 예능화하는 김구라의 마무리가 폭소를 자아낸다(“대한민국 총리 되려면 차라리 해병대 나온 양아들을 한 명씩 입양하라. (가수) 이정 같은”).

 시청자 게시판에도 “ 지상파 예능보다 훨씬 재미있다” “‘뉴스털기’ 시간을 더 늘여달라”는 등의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퇴출 위기를 겪었던 김구라·강용석 콤비의 스스로를 내려놓는 웃음 코드도 공감대를 얻고 있다. “우리는 9회 말 투 아웃의 사람들이다…. 아무도 안 쓰는 김구라·강용석 가지고 프로그램을 만든 ‘썰전’이야 말로 창조경제 프로그램” 등의 발언이다.

 김 PD는 “세 출연자 모두가 엄청난 개인자료를 준비해오는 등 열의를 보이고 있다”면서 “제작진 마인드로 무장한, 대체 불가능한 김구라, 커리어와 현실의 부조화가 대중에게 묘한 쾌감을 안기는 강용석, 까칠한데 귀여운 매력의 이철희 세 진행자의 호흡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양성희 기자

‘썰전’의 말말말

‘썰전’의 ‘하이퀄리티 미디어비평’ 코너.

▶창조경제 논란-

“창조경제란 바로 ‘썰전’. 다른 방송에서는 쓰지 않는 김구라와 강용석을 데리고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야 말로 창조경제 프로그램.”(김구라)

 “요즘 알 수 없는 것 3가지가 있다. 1 박근혜의 창조경제, 2 안철수의 새 정치, 3 김정은의 생각이다.” (이철희)

▶인사청문회 논란

“차라리 해수부장관에 해녀를 보내라.”(김구라)

▶디즈니를 좋아하는 김정은

“김정은이 디즈니 마니아다. 집안 분위기만 봐서는 처키가 더 어울리는데 곰돌이 푸 같은 디즈니 캐릭터를 좋아하는 것은 굉장한 아이러니.” (김구라)

▶KBS ‘개그콘서트’

“공중파 개그에는 금기어 세 개가 있다. 성, 똥, 욕. 공중파 개그에선 이를 할 수 없는 반면 케이블은 근처까지 갔다.”(이윤석)

▶SBS 드라마 ‘야왕’

“수애는 문도 쉽게 따고, 자동차 폭파까지 혼자서 할 수 있다. 사람을 그렇게 많이 죽였는데 매번 알리바이를 만드는 걸 보면 대단하다” (박지윤)

 “그렇게 사람을 잘 죽이니 수애를 ‘아이리스’ 요원으로 보내야 한다” (강용석)

 “(과도한 PPL 관련) 서민부터 재벌총수까지 등장인물 전원이 모든 약속을 D 커피숍에서 한다.”(허지웅)

▶3대 연예기획사 비교

“SM은 철저한 교육의 사관학교, YG는 개인의 개성을 살리는 대안학교, JYP는 박진영 마음대로 가르치는 홈스쿨링.”(박지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