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노래 부르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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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요즘 건전한 국민생활의 명랑화를 위해 다함께 노래부르기 운동을 전개함에 따라 우리 집에서도 노래로 생활을 즐겁게 하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노래를 불러왔다. 이렇게 버릇이 되어서 귀염동이 딸아이도 걸핏하면 『엄마 우리 노래불러』하고 마주 앉아 조른다. 『그래 불러보자』나도 즐겁게 대해 준다. 우리 모녀는 언제나 누구 한 사람이 첫 구절을 시작하면 따라 부른다.
○…우리는 똑같은 음성으로 부르기도 하고 딸아이는 「소프라노」 나는 「앨토」를 하기도 한다. 때로 가사를 잊어버리면 콧소리를 내기도 하고 그 즉시 적당한 말을 지어내기도 한다. 반주할 아무 악기도 없고 또 우리 모녀가 좋은 음성을 가진 것도 아니지만 노래는 즐겁기만하다.
우리가 노래를 부르고 있을 때 그이가 들어오실 적도 있다. 아마 방문 밖에서 가만히 한참동안 듣다가 들어오셨는지도 모른다. 밖에서 어떤 일이 있었든 그이는 우리를 넘치는 웃음으로 대해 주시곤 한다.
○…가난한 살림살이를 꾸려나가기에 초조로움을 지나쳐 자기도 모르는 사이 살벌해 지기까지 하는 요즘에 나는 이렇게 어린 딸과 마주앉아 노래를 부르는데서 풍성한 여유를 얻는 것이다. 여유를 얻는다기보다 찾아서 만든다는 것이 더 옳을 게다. <고병선·32·주부·충북 괴산군 회평면 교동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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