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 수습과 국민적 기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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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6·8 총선이 막을 내리면서부터 회오리쳐 온 정국의 혼미는 두 달이 가까운 시간이 흐른 오늘까지도 그 해소의 기미조차 없다.
7대 국회는 문만 열어 놓았지, 아직도 공전을 되풀이하고만 있고 그같은 헌정의 파행은 언제 종식 될 것인지 예상을 불허한다. 휴회 중이던 제61회 임시국회도 오늘 속개되긴 했으나 다시 휴회로 들어갔다. 한편 시국수습의 조건을 둘러싼 여·야의 태도도 날카롭게 대립한 채 일촌의 여유가 없다. 이 시점에서 지금까지의 대립점을 간추려 본다면 여당이 「선회담 후단안」을 주장하고 있는데 반하여 야당은 「선단안 후회담」을 고집하고 있다할 수 있다. 결국 「단안」의 순위에 모든 대립이 집약되어 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그 「단안」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전면 부정의 시인 여부와 인책의 범위 여하를 그 내용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야의 극도로 상반되는 주장은 좀처럼 타협점을 구하기 어려운게 현 실정이다. 어느 의미에선 바로 그 점이 순위결정보다 여·야의 접근을 한층 어렵게 하고 있는 점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오늘 진해에서 『제2 단안은 없다』는 뜻을 명백하게 밝혔고 한편 유 신민당 당수는 『노선에 변함이 없다』고 다시 강경태도를 재천명 했다. 정국 경색은 더욱 촉진된 느낌이다.
설상가상으로 여·야는 각각 착잡하게 얽혀 있는 당내 사정 아래서 또한 71년도를 향한 정치적 포석을 함께 계산하고 있음으로 해서 시국 수습은 더욱 어렵게만 되어가고 있다. 어느 한편도 그러한 현실정치의 욕구를 다스리지 못하고 있음으로 해서 선명한 해결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여당의 사정을 보면 더욱 그것이 실감나게 느껴진다. 당과 행정부간의 이른바 인책문제를 에워싼 이견, 후속자문제로 얽혀진 분파작용 같은 것이 더욱 오늘의 혼돈을 심화시키고 있다하면 지나친 말일 것인가. 물론 야당의 경우에서도 그러한 당내사정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강·온의 전통적인 대립 위에 71년도를 향한 당 「이미지」의 확립이라는 문제와 그리고 당 지도 체계 문제가 뒤범벅이 되어 있다. 그래서 야당도 신통한 묘책을 발견하지 못하는 채 정국 혼돈의 물결에 그저 실려가고 있는 듯 하다.
한 마디로 지금의 여·야의 태도는 선거부정 처리를 통한 헌정의 정상화에 그 정치 활동의 전 목적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차기정권 획득에 오로지 골몰하고 있는 듯한 형상이다. 그렇다면 문제의 본말은 완전무결하게 전도되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오늘 우리에게 화급하게 필요한 것은 71연도의 정치가 아니라 바로 목전의 헌정 파행을 정상화시키는 일이며 국가의 체력을 이 이상 의미없이 소모시켜서는 안될 일이다. 따라서 결론은 명백하다. 오늘의 혼미를 타개하고 시국을 수습하는 길은 오직 여·야가 한결같이 당내적 그리고 현실적 정치욕구를 지양하고 초당적·국가적 입장으로 환귀하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특히 여기서 여·야가 국민적 기반 위에서 시국 수습에 임해야 할 것을 요망하며 그러기 위해 양식있고 영향력 있는 제3자적 국민과 긴밀하게 그리고 진지하게 협의할 것을 제의한다.
그리하여 그 기반 위에서 국민적 합의를 모색하여 주길 바란다. 거듭 요청하거니와 여·야는 본말이 전도된 정쟁 속에서 스스로의 발목을 잡히고 있을 것이 아니라 시급히 초당적 입장에 서서 국민과 함께 의논하고 해결하는 국민적 입장에서 되돌아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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