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세계 최초로 죽을 권리 인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영국의 한 여성에게 죽을 권리를 허가하는 법원의 역사적인 결정이 내려지면서 안락사 논쟁과 관련, 격렬한 반향이 일어나고 있다.

'미스B' 로만 알려진 이 여성은 의료진이 윤리적인 이유로 자신의 생명 보조 기구를 떼지 않자 런던의 대법원에 이 사건을 가져갔다.

법정은 22일(이하 현지시간) 그녀가 자신의 희망과 반해 살아 있는 것은 법에 어긋난다고 판결했다.

그녀는 목 혈관이 파열된 뒤 1년 넘게 목 아래부터 완전 마비 상태에 있었다. 그녀는 보조 기구 없이 숨을 쉴 수 없다.

영국의료협회는 이 판결을 환영했다. 이 협회 윤리위원장 마이클 윌크스는 "법적 자격을 가진 모든 성인은 치료를 거부할 권리를 갖는다. 이 때문에 죽음에 이르더라고 권리는 유효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기술적 진전이 마비 치료에 도움이 될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며 슈퍼맨으로 유명한 배우 크리스토퍼 리브를 언급했다. 그는 몇 년 전 승마 사고를 당한 뒤 마비 상태에 있어왔다.

시민권 단체 리버티의 대변인 샤미 차크라바티는 "건강한 정신을 가진 성인은 스스로 죽음 등의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원칙을 강화하는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자발적 안락사협회 이사 데보라 아네츠는 이번 판결이 '상식의 승리'라고 밝혔다. 그러나 안락사 반대 운동가들은 이번 판결을 비난하며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락사 반대 단체의 앤디 베리는 "보건 당국이 이 판결에 대해 항소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것이 모든 장애인들에게 의미에 대해서 매우 우려한다. 미스 B는 적절한 도움을 받으며 인생을 즐길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그녀가 재활 거부를 선택해서 매우 유감이다."

데임 엘리자베스 버틀러-슬로스 대법원 판사는 22일 미스 B는 작년 8월 이후 생명유지 치료를 거부하거나 동의할 수 있는 충분한 정신 능력을 지녔다고 밝혔다.

그녀는 "2001년 8월 8일 이후 원고의 희망과 반해 강제로 호홉하도록 한 행동은 불법적인 침해"라고 지적했다.

판결 후 미스 B는 변호사를 통해 성명서에서 "균형 있고 사려 깊은 판단이었고 재판 결과에 대단히 만족한다"고 밝혔다.

"치료 동의에 관한 법은 아주 명확하다. 내가 받은 치료는 불필요하고 개인적으로 고통스런 긴 과정이었다."

그녀의 변호사 프랜시스 스웨인은 "그녀가 이후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전적으로 그녀에게 달려있다.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 사례들에서는 의사들이 영구 식물인간 상태의 사람들에 대한 생명보조 장치 제거 허가를 법정에 요청했다. 그러나 이번 재판은 완전한 정신 능력을 가진 사람이 생명보조 장치 제거 허가를 요청한 첫 번째 사례다.

LONDON, England (CNN) / 이인규 (JOINS)

◇ 원문보기 / 이 페이지와 관련한 문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