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의」에서 「실행」으로|신「준비자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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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제유동성을 보강하기 위한 새로운 국제통화를 마련하는 길은 아직도 험난하다. 지난 6월 19일부터 3일간 열렸던 선진 10개국 장상과 IMF이사 합동회의에서 「새로운 준비자산」창설에 합의,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시작한 이 문제는 어떤 전환점을 찾으리라는 기대 속에 17, 18일 이틀간 「런던」에서 회동한 「빅텐」장상·중앙은행 총재회의가 ①의결권 문제와 ②신준비자산의 이전문제에 의견이 불일치, 9월의 「리오데자네이로」IMF총회에서 극적인 성공을 거두려던 가능성을 깨뜨렸다.
이번 「빅텐」장상회담에서 논의의 초점이 되었던 것은 ①신준비자산의 변상제문제 ②의결권 ③신준비자산의 각국 중앙은행간 직접 이전 인정 등 세 가지 문제점이었다.
「빅텐」의 이번 모임을 계기로 윤곽이 드러난 신준비자산의 형태는 IMF의 새로운 인출권이며 그 성격은 「유니트」와 현행 인출권의 중간에 위치하고있는 듯. 새로운 인출권이 자동적으로 무조건 사용되면 실질적으로 「유니트」와 다름이 없고 반대로 극도로 제한을 받으면 지금의 IMF 인출권과 같은 것이 되고 만다. 이 성격을 좌우하는 것이 변상조건과 이전문제인 것을 보면 「빅텐」이 구성하는 신준비자산을 둘러싼 미·영과 EEC간의 대립된 견해가 마지막 손질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미·영·일 등은 변상조건을 완화, 이전도 인정하려는데 반해 불은 변상조건을 까다롭게 하려는 것.
아직 「빅텐」이 합의한 변상조건이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아 확실한 내용은 알 수 없으나 신준비자산은 IMF의 인출권을 강화하면서 「현행 IMF의 기능강화」라는 선으로 굳어가고 있다.
그러나 조속한 성공을 가로막는 두 가지 문제점, 더욱이 의결권 문제는 앞으로 상당한 정치적인 협상을 필요로 하리라는 전망. 현행 IMF협정은 IMF의 중요 결정사항에 대해 전체의 80%의 찬성을 받도록 규정되어있는데 미국의 투표권이 22%인데 비해 EEC는 16.6%. 이것은 미국이 실질적인 거부권을 갖고있으나 EEC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불만을 갖는 EEC, 그 중에서도 불란서는 신준비자산에 대해서만은 미국과 동등한 자격을 갖도록 처음부터 강력히 주장해왔다. 이번 「빅텐」회의에서도 EEC는 의결권 문제만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으로 설정, 결국 정치적 막후협상의 숙제로 남겨놓는데 그치게된 것.
또 하나 신준비자산의 이전문제는 적자국이 신준비자산에 의해 IMF로부터 필요한 통화를 입수하게만 할 수는 없고 각국 중앙은행에 자유스럽게 이전되도록 하자는 주장. 다시 말하면 신준비자산의 「다각적인 거래」가 유동성 증가의 가능성을 증대시킬 것이므로 중앙은행간의 자유로운 이전을 허용하자는 주장이다.
이 문제는 각국이 규정상의 세부절차만을 좀 더 연구하면 곧 해결될 듯한 예상이 서기도 한다.
하여간 「빅텐」의 「런던」회합이 난「코스」를 돌파하지 못해 연내 실현가능성을 흐리게 했다해도 신준비자산창설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고 있으니 만큼 성급한 실망은 금물.
왜냐하면 세계각국의 금 준비감소경향이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기 때문이다.
IMF가 집계한 금 준비상황을 보면 금 생산고의 감소, 민간의 금 퇴장 증가로 인해 지난 1년간만 해도 10억불이 줄어들었는가 하면 금년 1∼3월까지 3개월간 4억8천5백만 불이 줄어들어 세계 화폐사상의 신기록을 세우고 있는 형편. 그러나 9월의 「리오」총회에서 또 그 정치적인 절충과 기술적 문제들이 미결, 앞날로 미루어진다고 해도 유동성 문제는 이제 장구했던 「의논의 시대」에서 「실행의 시대」로 옮겨져 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현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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