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 회담 「용의」를 표명| 시기는 예비교섭 따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박정희 대통령과 유진오 신민당 대표위원은 정국수습을 위해 각기 영수회담에 나설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 공화당과 신민당 측은 영수회담을 위한 「여건조성」과 「선행조건」을 내세우고 있어 가까운 시일 안에 회담이 이루어지기에는 아직껏 뚜렷하게 거리가 좁혀지지 못했으나 서로 만날 용의가 있음을 밝힌 것은 얼마간의 예비교섭이 진전되면 박·유 회담이 실현될 전망을 비친 것이다.
신범식 청와대 대변인은 15일 『분위기가 성숙되어 신민당 측이 요청한다면 박정희 대통령은 유진오씨를 만날 용의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하면서 『현재로서는 두 사람이 만날 분위기가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본다』고 말했으며 유진오 당수는 『박 대통령이 6·8 총선의 전면부정을 시인하고 이에 수반되는 수습책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 후 그에 관련된 문제의 협의를 위해 여·야 영수회담이 필요하다면 박 대통령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 측은 박 대통령이 지난 10일 국회 개원 식에 보낸 치사를 통해 『정국수습, 국회정상화를 위한 대화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 사실을 지적, 박대통령이 멀지않아 유진오씨를 만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당 간부들에 의한 대야 접촉도 영수회담 추진에 촛점이 놓여 있다고 전했다.
또 14일에 있은 유진오씨와 「뉴먼」미 대리대사와의 회담도 굳어져 있는 정국타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공화당은 정치권외로부터의 분위기 조성에 의해 곧 여·야 협의가 본격적인 단계에 이를 수 있으리라고 낙관하고 있다.
주한미국 대리대사 「조지·S·뉴먼」씨는 14일 하오3시 유진오 신민당 대표위원을 필동 자택으로 방문, 하오 5시20분까지 2시간20분 동안 요담 했다.
「뉴먼」대리 대사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이날 회담에는 신민당 측에서 김영삼씨 미 대사관측에서 「리처드·에이·에릭슨」정치담당 참사관과 「마이어」1등 서기관도 참석, 6·8 총선 이후의 한국정치정세에 관해 광범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요담을 끝낸 뒤 유 당수는 『「뉴먼」대리 대사는 한국에 와있는 외교관으로서 6·8 총선 이후 빚어진 한국의 정치적 난국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고 또 조속한 안정을 희망하기 때문에 방문케 된 것이며 한국의 정정에 관해서 의견을 나누었다』고 말했다.
유 당수는 『「뉴먼」대리 대사는 국내외적인 여건에 비추어 한국정치가 조속히 안정되기를 희망했다』고 전하고 『이에 대해 나는 6·8 총선거 후 정치적 난국에 부딪치게된 원인이 부정선거에 있으며 타개책은 한국정부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습책을 강구하는 것』이라는 견해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유 당수는 이 회담에서 『미 측이 구체적인 시국수습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았으며 신민당 측의 시국에 관한 견해에 대해 많은 질문을 했다』고만 말하고 상세한 언급을 피했는데 「뉴먼」대리대사는 조속한 시국수습을 위해 유 당수가 박 대통령을 만날 것인가를 타진한 것으로 추측된다.
또 이 회담에서는 최근 중앙정보부가 발표한 북괴 간첩 단 사건과 북괴간첩의 빈번한 출몰 등 국내치안상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 당수는 『월남문제나 한국군의 월남 증파 문제에 대해서는 일체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유 당수와 「뉴먼」대리대사는 가까운 시일 안에 다시 만나 시국수습에 관해 의견을 나누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