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시대, 중소기업이 혁신의 중심 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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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 이후 규모의 경제를 이룬 대기업이 혁신을 이끌었다면, 지금 인터넷 시대에는 중소기업이 혁신의 중심이 될 것입니다.”

 카림 템사마니(사진) 구글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 사장은 17일 미래 경제성장의 주체는 중소기업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구글은 이날 싱가포르 아·태 본부 사무실에 ‘작은 기업이 큰 생각을 하도록 돕기(Helping Small Business Think Big)’를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아·태 지역 기자들은 물론, 중소기업 업체 대표들이 직접 참여해 실제 인터넷을 활용한 비즈니스 성공 사례를 발표했다.

 템사마니 사장은 “산업혁명기는 기업의 규모가 클수록 평균 생산단가를 낮춰 대량 판매해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였지만 인터넷 시대에는 규모보다는 열정이 더 중요하게 됐다”고 서두를 꺼냈다. 이어 그는 “중소기업도 자신의 주요 고객층을 정하고, 그 고객들에 맞춰 마케팅을 해 원하는 사업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소기업 시대가 도래했다”고 요즘 시대를 정의했다.

 템사마니 사장은 “국가 경제에서 중소기업이 대기업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인 맥킨지에 따르면, 아·태 지역에서 중소기업이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이 넘고, 고용시장의 4분의 3을 중소기업이 책임지고 있다. 2011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체 수는 320만 개에 이르며 이는 전체 사업체 수의 99.9%를 차지한다. 템사마니 사장은 “특히 한국과 일본 등에서는 지난 50년간 대기업이 경제성장을 이끌었지만 이제는 중소기업이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성공한 중소기업 대표들이 나와 자신들의 사례를 직접 발표했다. 크리스 앤더슨은 2006년 홍콩에 ‘타투템플’이라는 문신 전문 스튜디오를 열었다. 타투템플은 중국 서예를 응용한 고품질 문신으로 유명했지만, 문신 시술이라는 사업 성격상 현지인들만 상대해야 했다. 하지만 2~3년 전부터 15만 개가 넘는 문신 이미지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고, 문신 아티스트들의 팬 페이지를 만드는 등 인터넷을 통해 사업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앤더슨 대표는 “200달러에서 많게는 10만 달러에 이르는 문신을 새기기 위해 고객의 70%가 해외에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다”며 “인기 아티스트에게 문신 시술을 받으려면 2년은 기다려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1992년 빚 1000만원으로 피부관리실을 열었다 지금은 해외 9개 지점을 비롯해 80여 개 지점을 갖추고 연 6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약손명가의 김현숙 대표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해외 진출은 꿈도 못 꿨는데 지금은 오히려 해외 지역 성장이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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