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네거티브·시스팀」재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는 「네거티브·시스팀」에 의한 수입자유화조치를 오는 15일 안으로 실시하기로 방침을 굳혔다.
본란은 이 제도의 실시에 따른 이해득실에 관해서 여러모로 누차에 걸쳐 지적하고 그 시행은 비록 시일이 걸린다 하더라도 차분하고 신중하게 해줄 것을 당부해왔다.
이 제도가 논의의 조상에 오르게된 연유는 개발정책과 외자도입정책의 파생물인 외환부문의 이상 통화팽창을 어떤 방법으로 수습할 것이냐에 있었던 것이라 할 수 있다. 당초 정부는 외환평형기금을 마련하여 외환부문의 통화팽창을 막고 그로써 국내금융의 상대적 위축을 완화시키려했었다. 그러나 격증하는 재정수요와 무상원조자금의 감소 때문에 외환평형기금을 재정부문에서 마련할 수 없었기 때문에 반전하여 외환소비증가책을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외화대부제와 수입금융 그리고 수입자유화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구상되고 실천되기에 이른 것이나, 그것이 과연 우리의 실정에 맞고 우리의 분수에 맞는 정책이냐 할 때 부정적인 입장을 갖는 이가 적지 않을 줄로 안다.
외채를 지나치게 들여온 결과로 표면적인 외환보유고가 늘었다고 하여 이를 한꺼번에 소비하려는 것은 아무리 선의로 해석해도 선뜻 납득하기가 어렵다.
수입자유화로 수입이 촉진되는 것은 소비재일 것이며 이는 궁극적으로 국내소비성향을 높이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제2차 5개년 계획의 성패를 가름하는 저축율의 제고와 정면으로 충돌될 것도 명약관화한 것이다.
수입자유화→소비증가→저축율저하의 길을 터놓고 한편으로 성장률 10%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고율투자를 계속 실현시키려 한다면 결국 외자도입을 더욱더 확대시켜야 할 것도 틀림없다. 이렇게 된다면 비싼 이자를 물고 들여오는 외자로 소비와 투자를 하는 불합리가 따르게되고 이는 DAC(개발원조위원회)가 적절히 경고한바있는 외채상환을 위한 외자도입의 길로 접어드는 것이 될 것이다.
그 동안은 거치 기간 때문에 원리금상환압력을 크게 느끼지 못했었고, 월남전에 따른 용역비 수취로 그럭저럭 외환상의 통증을 느끼지 않았던 것이며, 오히려 외환보유고의 격증을 구가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언제 그칠지 모르는 우연적인 용역비 수취와 눈앞에 보이는 경미한 상환압력에 도취되어 수입자유화를 서두르고 국민소비성향을 제고시켜 돌이킬 수 없는 외환수요증가추세를 일단 형성시켜 놓았을 때 원리금상환압력이 폭주한다면 외환위기가 예상 밖으로 빨리 도래될 수도 있는 것이다. 성장률의 제고를 위한 성장정책이 치명적인 교란과 후퇴를 유발시키는 예는 인도 「미얀마」 「터키」 등에서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으며 우리의 경우라고 경제의 논리에 예외가 허용되는 것이 아님을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이미 원리금상환문제가 금융 면에서는 파동요인을 형성시키고 있는 것도 간취 될 수 있다. 산업은행은 지보대불 현상 때문에 만성적으로 현금부족상황에 빠지고 있으며 국내지보를 결제하지 못하는 궁지에 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리금상환압력이 크지 못한 지금도 이러할진대 본격적인 상환단계에서는 적지 않은 금융파동요인이 작용할 것이다.
요컨대 개발정책과 외자도입정책에 본질적인 문제점이 있는 것이므로 이를 적절히 조정해야할 것이다. 원인은 방치하고 결과를 수습하려 하기 때문에 수입자유화다, 수입금융이다 하는 선진국이나 할 수 있는 정책을 우리가 실행해야 하는 모순에 함입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