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도량과 정치안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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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앙정보부는 오늘 동백림을 공작거점으로 한 대규모 간첩단이 적발, 검거되었다고 발표하였다. 동 발표에 의하면 이 간첩단원들은 지난 57년부터 동백림에 설치된 북괴 대남 공작기구와 접선, 적화통일의 초보단계인 서신·문화·주민의 교류와 미군철수, 연립정부수립 등 북괴 대남 적화노선에 관한 교육을 받았다한다.
그리고 합법을 가장하여 평화통일 방안선전, 학원 내 지하당 조직공작, 정계요인 포섭, 혁신정당조직, 반공법의 개정, 선거기간 중 야당 및 혁신 계 인사지지 등 일련의 간첩활동을 전개해 왔다한다. 뿐만 아니라 소위 혁명조건 성숙시, 지하세력을 총 동원한 정부전복음모까지 꾀하였다한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우선 그 암약 목표나 실적도 그렇지만 이 간첩단에 관여한 자들의 총 수가 194명에 달하고 있고 그중 입건 또는 구속조사 중인 자의 수효 만해도 107명에 이르렀다하니 그 공전의 규모에 다시 한번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
더욱이 동 간첩단의 핵심「멤버」로 암약했거나 포섭되어 활동한 자들의 거개가 제1급 지식인들이었다는 점으로 본다면 북괴 대남 공작의 수법이 얼마나 교묘하고 악랄한가를 새삼 실감케 된다.
우리는 건국 후 최대의 규모를 갖춘 이 전율할 간첩단을 일망타진한 중앙정보부 당국자들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반공방첩의 전국민적 태세를 새로이 하여야겠다는 필요를 절감한다.
그렇지 않아도 북괴는 근래 무장간첩을 대량으로 남하시켜 민심불안을 자극하는 등 그 광신의 도가 예년의 그것이 아니었다. 첫째, 무장간첩들이 출몰하는 지역을 살펴보면, 그것이 지난날과 같이 휴전선일대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경북·전남·충남 등 후방산악지대에까지 뻗치고 있다. 둘째, 그들 무장간첩들의 성격적 특징을 살펴보면 일익 중무장 화하고 있으며 대규모화하고 있다. 물론 무차별사살까지 자행하는 이 무장간첩들은 경우에 따라 장교를 포함하는 일단 15명 규모를 갖추고 있기도 하였다. 말하자면 「게릴라」화 단계에까지 이르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북괴는 또 한편에서 평민을 가장한 간첩도 대량으로 침투시키고 있고, 일본이나 구·미 지역을 통한 법적 잠입방편도 구사하고있다. 적화통일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공산주의자들인지라 그들이 온갖 합법·비합법수단을 다 하리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번에 검거된 동백림을 거점으로 한 대규모 지식인 간첩단도 바로 그런 합법을 가장한 대남 적화 공작의 일단 이었다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음지에서나 양지에서나 간첩은 준동하고 있다는 오늘의 가열한 현실을 재인식하고 간첩이 미처 발을 붙일 수 없도록 자체조건들을 개선하고 방첩태세를 더욱 강화 시켜가야 할 줄 안다.
끝으로 우리는 또다시 방첩전선에서 영일이 없는 관계 당국자들의 활동을 감사하면서 정국의 불안이야말로 간첩 암약의 온상이 될 것이요, 정치안정이야말로 방첩의 가장 유용한 발판이 될 것이라는 가깝고도 먼 진리를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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