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옛 주전소 자리에 사옥…SK, 불기운 막으려 물 상징 거북문양 넣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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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 센터원 빌딩

집터뿐 아니라 기업 사옥을 정할 때도 풍수를 따진다. 김민철 건국대 부동산아카데미 교수는 “풍수에 가장 민감한 직업군은 아마 기업인일 것”이라며 “사옥을 짓거나 건물을 살 때 지관의 조언을 중요시 여긴다”고 설명했다. 특히 창업주가 이런 경향이 강하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도 그중 한 사람이다. 2011년 새 사옥을 을지로 센터원빌딩으로 정할 때 풍수를 고려했다는 얘기가 여의도 증권가에 파다했다. 지관들은 “이 자리는 조선시대에 돈을 만들던 주전소 자리”라며 “돈이 들어오는 곳”이라고 입을 모은다.

 2000년 강남 사옥인 삼성동 M타워(미래에셋타워)를 정할 때도 길지를 찾아 다녔다 한다. 지하철 역삼역에서 테헤란로를 따라 내려온 재물 기운이 삼성역 사거리로 모인다는 소리를 듣고 인근 빌딩을 구입했다는 풍문이다. 이 건물은 2009년 매각했다. 박 회장 주변에서는 “사옥 터뿐 아니라 기(氣) 전문가가 기의 흐름을 관찰해 박 회장 집무실의 집기를 배치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의 책상·의자·회의 테이블 등을 기 흐름을 고려해 조정했다는 얘기다.

 일부에서는 여의도가 금융·증권가가 된 이유도 풍수로 설명한다. 양만열 동방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여의도는 북쪽에서 내려온 북악산 지맥과 속리산에서 올라온 관악산 지맥이 마주 하는 곳”이라며 “엄청난 기가 응축돼 있다”고 말했다. 좋은 기가 많이 모이는 곳이지만 그만큼 기가 세기 때문에 이를 이겨낼 사람이 들어와야 한다는 의미다. 일부에선 “금융회사가 가장 적합하다”고 본다. 그러나 여의도의 센 기가 싫어 여의도에 입성하지 않는 증권사도 있다.

 그런가 하면 서린동의 SK 사옥은 거북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건물의 네 기둥에 거북 발 문양이 있다. 또 후문에는 꼬리를 상징하는 삼각 문양이 그려져 있다. 청계천 방향으로 나 있는 정문 앞에는 거북 머리를 상징하는 검은 돌에 하얀 점 8개가 새겨져 있다. 이 점은 하늘(天)을 뜻한다. 고제희 대동풍수지리학회장은 “국내 기업 중 선두에 서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거북을 형상화한 이유는 빌딩 부지가 불기운이 강한 곳이기 때문이란다. 불을 누르기 위해 물 기운인 거북으로 비보책(나쁜 기운을 막아주는 방법)을 써야 했다는 얘기다. 건물 정문을 청계천 방향으로 둔 이유도 물의 기운이 들어오게 하려는 조치라고 한다.

 돈을 다루는 기업뿐만이 아니다. 검찰 등 정부의 주요 기관도 풍수에 알게 모르게 신경을 쓴다. 서초동 대검찰청은 2002년 청사 정문 쪽을 향해 있던 지하주차장 제1출입구를 폐쇄하고 본관 정면 출입구로 우회해서 들어가는 제2출입구만 이용하게 했다. 당시 한 풍수 전문가가 “정문 쪽 주차장 출입구와 정면 옆 보조 철문으로 기가 새나가니 이를 막아야 한다”고 권고했다는 거다. 당시 대검 측은 이 같은 세간의 소문을 부인했다. 하지만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경기도 군포경찰서 일화도 흥미롭다. 2004년 부임한 이정암 군포서장은 서장실 대문 방향을 약간 틀었다. 서장실 위치가 풍수적으로 해롭다는 육살궁(六煞宮)에 해당됐기 때문이었다. 이 전 서장은 “대문의 방향을 튼 후 해마다 전체 직원 중 10% 이상의 승진자가 계속 나왔다”고 말했다. 이 전 서장은 이후 경무관으로 승진해 경기지방경찰청 청문감사관까지 올랐고, 지금은 풍수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조한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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