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오바마 회담, 한반도 안보의 린치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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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워싱턴 정상회담(5월 7일) 이틀 전인 다음 달 5일 뉴욕으로 향한다. 워싱턴으로 바로 가지 않고 뉴욕을 거치는 건 정상회담을 위한 ‘워밍업’을 위해서다.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 미국 조야의 기류를 충분히 습득해 정상회담을 실질적인 성과를 얻어내는 최고의 회담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섬세한 포석이다. 뉴욕에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만난다.

 박 대통령은 한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스타일이다. 이를 바탕으로 신뢰를 쌓고 관계를 오래 유지하는 편이다. 특히 1970년대 퍼스트레이디 시절의 경험을 충분히 살려 박 대통령 특유의 ‘신뢰정치’를 부각해 정상회담에 임한다는 계획이다.

 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역시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가 높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한반도와 아시아·태평양 지역 평화·안보의 린치핀(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바퀴축에 꽂는 핀)이라고 비유했다.

 이번 회담에서 양 정상은 한·미 방위공약에 기초한 확고한 대북 억지력을 바탕으로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넘어선다는 입장을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존 케리 국무장관이 지난주 박 대통령과 만나 대북 대화 제의에 공감하고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지지한 만큼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재확인하고, 나아가 북한에 성의 있는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공동 메시지를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난제도 적잖다. 두 정상은 전시작전권 전환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상황 점검과 함께 동북아 평화나 중동 지역에서 양국의 역할 등에 대한 의견 교환이 있을 것이라고 한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나 방위비 분담 문제를 놓고 두 정상이 제대로 조율하지 못한다면 양국 간 난기류가 형성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박 대통령의 방미기간에 미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도 추진되고 있다. 미 연방 하원의 스티브 이스라엘(민주당), 테드 포(공화당) 하원의원이 박 대통령의 연설을 요청하는 서한을 존 베이너 하원의장에게 제출한 상태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미 의회의 사정이 있어 현재로선 가능성이 50% 정도”라고 말했다.

 역대 한국 대통령 중에선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빈방문 기간에 연설했고, 이승만(1954년·국빈)·노태우(1989년·공식)·김영삼(1995년·국빈)·김대중(1998년·국빈) 전 대통령이 양원 합동회의 연단에 섰었다.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엔 역대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이 꾸려질 전망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허창수(GS그룹 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장 등 대기업 회장뿐 아니라 금융인·중소기업 대표·여성기업인 등 40~50명 정도의 경제계 인사가 동행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발 위기와 불안에 따른 셀 코리아 움직임을 방지하기 위해 한국 경제계의 대표선수들이 대통령을 지원하는 것”이라면서 “이러한 활동이 바로 대한민국의 IR(투자설명활동)이다”고 말했다.

 특히 이건희 회장이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동행하는 것은 2004년 9월 노무현 대통령의 카자흐스탄·러시아 방문 때 이후 9년 만이다.

신용호·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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