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적자 서울대공원 … 서울시, 예산 부담에 "경기도 37억원 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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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984년 5월 문을 연 서울대공원은 국내 최대 규모의 동물원(242만㎡) 등을 갖추고 있다. 행정구역상으로 경기도(과천시 막계동)에 있지만 서울시의 재산이다. 하지만 서울대공원은 서울시민보다 경기도민이 즐겨 찾는다. 지난해 관람객 353만5000명 가운데 경기도민(46.3%)이 서울시민(41.5%)보다 많았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서울시와 경기도가 서울대공원 시설유지비 부담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안전행정부 주최로 광화문 정부청사에서 열린 ‘시·도 행정부시장, 부지사 회의’에서 경기도와 과천시에 올해부터 서울대공원의 시설유지비 가운데 절반 정도 부담할 것을 요구했다. 대공원이 경기도에 자리잡고 있고 이용객도 경기도민이 더 많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서울대공원 시설 유지비는 74억원이다.

 서울대공원 김원영 기획예산팀장은 “대공원의 올해 운영 예산 280억원 가운데 28%가 시설유지비”라며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경기도가 예산을 지원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또 대공원 운영으로 해마다 100억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2003년 이후 10년 동안 입장료(1000~3000원)가 동결되면서 적자 폭이 계속 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 예산으로 적자액을 메우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65세 이상 관람객 등 서울대공원 무료입장에 따른 연간 손실액 14억원 중 절반을 보전해줄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지난해 입장객 가운데 노인·장애인·국가유공자 등 무료입장객은 30%를 차지했다.

 반면 경기도는 “서울시 소유 시설인 데다 운영 수익도 모두 시가 가져가는데 운영비를 왜 경기도가 부담해야 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경기도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관내에 있는 다른 지자체 재산 운영비를 지원해야 할 법적 근거도 없다”며 “서울시의 주장대로라면 서울시민들이 많이 찾는 경기도 관할의 남한산성도립공원 등의 시설유지비도 서울시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1월에도 복지시설인 ‘성분도복지관’과 ‘삼육재활병원’ 운영비 일부를 정부와 경기도가 부담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두 기관은 모두 경기도 광주시에 있지만 서울시가 운영한다. 당시 경기도는 서울시의 제안을 거부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현재 경기도에 위치한 서울시 소유의 화장장·폐기물처리시설 등 기피시설은 45곳”이라며 “서울대공원 등의 운영비 부담을 요구하려면 기피시설로 인한 도민들의 피해도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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