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혈당·콜레스테롤 관리 40~50대 심혈관질환 예방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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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은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춘다. 매일 30분씩 숨이 차고 땀이 약간 날 정도로 운동한다. [사진 게티이미지]

평소 고혈압을 앓던 김인혁(75·경기도 안양시)씨. 그는 반년 동안 병원 밖을 나간 적이 없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부터다. 간신히 의식은 회복했지만 말이 어눌해졌다. 팔·다리가 떨려 혼자서는 화장실을 가는 것도 어렵다. 담당 의사는 “고혈압을 방치해 뇌졸중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치료 기간이 길어지면서 병원비 부담도 커졌다. 집을 팔아 전세로 옮겼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필요할지 걱정이 크다. 김씨는 “미리 혈관 건강을 챙기지 않은 것이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건강테크로 건강 챙기고 의료비 줄이고

중년 건강테크(Health Technology)가 주목받고 있다. 신체 건강을 챙기면서 의료비 지출을 줄이는 ‘노후 건강 재테크’다. 건강테크는 심장과 혈관을 보호하는 심혈관관리로 시작한다. 심근경색·협심증·뇌졸중·관상동맥 같은 중증 혈관질환 위험성을 낮춘다. 이들은 한국인 3대 사망원인 중 하나다. 왜 심혈관관리에 주목해야 할까. 신촌세브란스 심장내과 홍그루 교수는 “40~50대 중년 심장 건강이 건강한 인생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심장과 혈관은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산소·영양분을 공급한다. 일종의 생명유지 발전소 인 셈이다. 특히 심혈관 건강이 악화되면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홍그루 교수는 “뇌졸중·협심증·심근경색·신부전·망막출혈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지는 심혈관 도미노 현상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중증 심혈관질환은 끈적끈적하게 뭉친 피떡(혈전)이 혈관을 막아 심장·뇌로 혈액공급이 줄면서 발생한다.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이 이를 부추긴다.

고혈압·당뇨병 방치가 메디컬 푸어 위험 높여

심혈관질환의 경제적 의료비 부담도 상당하다. 오히려 암 보다 심각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의료비 비중이 높아 일상생활이 어려운 가구가 281만 가구라고 발표했다. 이중에는 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전세금을 빼거나 빚을 내는 ‘메디컬 푸어’도 54만 가구나 된다.

 메디컬 푸어의 상당수는 고혈압·당뇨병을 앓고 있다. 위암 메디컬 푸어는 1.2%인 것에 비해 고혈압·당뇨병은 무려 30배 이상 높은 32.2%였다. 초기 심혈관질환 관리에 실패하면 건강을 망치면서 의료비 부담으로 가정 경제도 나빠진다는 의미다.

 문제는 심혈관질환 위험이 큰 한국인이 많다는 점. 성인 25%는 고혈압 환자다. 10명 중 1명은 당뇨병을 앓고 있다. 홍 교수는 “심혈관질환은 서서히 진행돼 위험성을 알았을 땐 심각한 상황으로 악화된다”며 “평소부터 예방적 심혈관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혈관관리 시작은 이렇게

심혈관관리 실천법은 간단하다. 조금만 노력해도 중증으로 나빠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먼저 위험요소를 분류한다. 스스로 관리 가능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한다. 성별·나이·가족력·심장마비 등 병력은 어쩔 수 없는 위험 요소다. 반면 혈압·혈당·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비만·흡연은 관리가 가능하다. 자신이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심혈관 위험도를 낮출 수 있다는 의미다.

 그 다음엔 자신의 건강 성적표를 만든다. 검진을 통해 평소 혈압·혈당·콜레스테롤 수치를 점검한다. 이상 징후를 발견했을 때 빨리 대처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공하는 건강정보전문사이트(hi.nhis.or.kr)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최근 5년간 건강검진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생활 습관도 개선한다. 음식은 골고루 먹는다. 짜지 않고 적당량을 먹는 습관을 기른다. 몸에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운동을 하는 것도 좋다. 혼자하기 힘들다면 주변의 도움을 받는다. 배우자나 친구와 함께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금연·운동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것도 고려한다.

 저용량 아스피린 요법을 시작하는 것도 좋다. 고혈압·당뇨병·고콜레스테롤증·비만 등 심혈관질환 위험요소를 갖고 있는 사람이 대상이다. 하루 한 알씩 매일 복용하면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아스피린의 주요 성분인 아세틸 살리실산은 혈소판의 응집을 차단해 혈전(피떡)이 생기는 것을 줄인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아스피린을 심혈관 예방을 위한 필수 약물 리스트에 포함시켰다. 홍그루 교수는 “저용량 아스피린 요법은 자신의 상태에 맞춰 적절하게 복용하는 것이 중요해 전문가와 상담한 후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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