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정치인의 책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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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혀 타협점을 구해내지 못한 채 끝없는 평행선상을 달리고 있는 정국의 여파로 지금 우리사회는 상당한 혼미 속에 파묻혀 있다. 많은 대학은 굳게 문을 닫았고, 거리에는 중·고교 학생까지 나선 「데모」대열이 넘실거린다. 보도에 의하면 학생「데모」대와 기동경찰의 마찰로 이미 쌍방에서 1백명 선을 넘는 부상자까지 내고 있다한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이 숫자는 늘어날 것이고, 이 비극적인 사태는 마침내 국가의 체력을 크게 소모시키는 것이 될 것이다.
학생이 책을 덮고 거리로 뛰쳐나오고, 경찰이 본래의 직무를 떠나 그것을 저지하기에 영일이 없는 이 소모, 이 혼란을 진작 제거하고 책임져야 할 정치와 정치인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본 난이 이미 몇 차례에 걸쳐 지적하였듯이 현 하의 사태는 기본적으로 벌써 여·야의 정권쟁탈전 영역을 벗어나기 시작하였다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국가 백년 지대 계인 교육마저 마비된 지금의 사태는 나라의 기초와 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크게 위협하는 사태라 볼 것이다. 민주주의의 생명인 자유선거가 곳에 따라 현저하게 짓밟혔고, 그것에 항거하는 젊음이 과장됐든 아니 됐든 학교를 등지는 학생「데모」대열로 작열한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은 어차피 정치와 정치인이 질 일이다.
물론 우리는 연일의 근무에 지친 경찰관들과 교문을 뛰쳐나온 학생간에 벌어지고 있는 곤봉과 투석의 대치는 가슴 아픈 광경으로서 쌍방에 대해 각각 비판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사회는 어떤 의미로나 정상 상황 속에 있다 할 수가 없다. 사태악화의 동인도 그렇지만 현금의 서회 동향도 그렇다. 좋든 싫든, 옳든 옳지 않든, 그것은 현실이며, 그 현실은 정상적 「룰」에 의해 안일하게 다스려질 것이 아니다.
이렇게 본다면 현 사태에 대하여 법적 처리만 운운하는 정부·여당 측의 태도나 국기마저 위협하는 오늘의 사회혼란을 또한 전혀 남의 일인 양 대하는 야당 측 태도는 함께 양식과 이성 있는 국민의 빈축을 사 마땅하다.
물론 무엇보다도 이 사태를 근원적으로 수습할 제1차 책임은 정부·여당에 있다. 그리고 그 책임의 이행은 가령 현저하게 부정이 감행된 지구에 대한 재선거를 실시하는 등의 절연한 정치적 결단으로 가능하다. 한량없는 시간이 필요한 의법 조처로 이 난국이 해소될 까닭은 없다.
따라서 정부·여당은 스스로 난시에 알맞는 비상처방으로 이 혼란을 수습할 현명을 시각을 다투어 되찾아야할 것이다.
한편 야당 측도 끝없는 사회혼란이 우리국가와 민생에 무엇을 가져다 줄 것인가에 대한 동찰의 태도를 갖추어 주길 바란다. 만일에 야당 측이 현금대로 극으로 물러나 여와의 대치관계에서 평행선만을 계속 유지시킨다면 우리의 헌정은 참으로 심각한 좌절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이상의 혼란, 정국에 대해서는 여·야 정치인이 그 책임을 공동으로 나누어 가져야할 것임을 경고하면서, 우리는 시급히 여·야의 비상시국 타개를 위한 대화의 통로가 마련되기를 열망한다. 지금은 여·야를 막론한 모든 정치인이 국가에 대한 책임을 절감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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