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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진지한 개헌 논의로 '87년 체제' 벗어나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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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어제 개헌 논의를 위한 기구 설치에 합의했다. 아직 구체화되진 않았지만 국회에 개헌특별위원회를 두는 방안도 시야에 들어올 듯하다. 그동안 산발적으로 이뤄졌던 개헌 논의를 국회의 공식 협의 채널로 수렴키로 한 것은 의미가 크다.

 현행 헌법이 개정됐던 1987년 당시 초점은 군사정권의 연장을 막기 위한 대통령 5년 단임제에 맞춰졌다. 그 뒤 김영삼 정부 때부터 5년에 한 번씩 개헌론이 나오다 들어가곤 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크고, 잦은 정권 교체로 책임 있는 국정 운영이 어렵다는 데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있었다. 이에 대해선 전직 대통령들은 물론 정치권에서 전반적인 공감대가 이뤄져 왔다. 대한민국 정치에서 개헌은 ‘언젠가는 해야 할 숙제’였다.

 박근혜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4년 중임제 개헌에 찬성한다는 입장이었다. 또 본지가 지난해 7월 19대 국회의원 가운데 233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개헌에 찬성한다’는 의원이 202명으로 개헌선(200명 이상)을 웃돌았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개헌에 공감한다는 조사 결과도 여러 차례 나온 바 있다. 대통령의 문제의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 국민적 공감대라는 3대 요소가 두루 갖춰진 것이다.

 큰 방향은 권력구조 개편과 대통령 임기 조정으로 귀결된다. 구체적으론 4년 중임제, 이원집정부제, 분권형 대통령제, 내각책임제 등 여러 방안이 이미 거론돼 왔다. 무엇을 택할지는 여야가 머리를 맞대 정할 일이다.

 개헌은 다른 정치 이슈와 비할 수 없을 만큼 중대하고 민감한 사안이다. 또 현직 대통령의 힘이 강하고, 뚜렷한 차기 대선 주자가 없는 정부 임기 초반이 아니면 성사시키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졸속으로 추진할 수는 없다. 여야는 선거를 거치며 서로 입장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역지사지(易地思之)해야 한다. 당장의 이익에 집착해 개악하면 국가적 불행이요, 이번에도 논쟁만 벌이다 끝나면 정치적 퇴행이다. 여야는 ‘87년 체제’의 구각(舊殼)을 허무는 데 진지하게 지혜를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