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일만의 개선 항로|치체스터 경의 요트세계일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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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치체스터경 프로필>
어려서부터 모험을 즐겼다. 「파운드」금화 단 열 개를 품에 지니고 영국을 등진 것이 17세 때-. 배가 「뉴질랜드」에 닿기도 전에 벌써 배 안에서 소방수의 계약을 할 정도로 그는 성급한 청년. 19세 땐 2만「파운드」를 벌지 않으면 고국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결심. 사금줍는 일에 봉사한 적도 있다. 그후 토지소개업자로 전업. 7년만에 목표액 2만「파운드」를 벌자 26세에 친구와 함께 지방항공회사를 설립했다. 27세 때는 「런던」서 「시드니」까지 단독 비행에 성공했다. 그 후 양국에 돌아와 지도 작성의 일에 종사했는데 51세 때는 40일간의 단독 대서양 횡단을 기록했었다.

<16m의 집시·모스>
웅대한 바다의 서사시에, 영국민들은 열광했다. 일엽 편주 「집시·모스」4세호(길이 16m·폭 3.2m)를 단독조종, 세계일주의 항해에 나섰던 65세의 초인, 「프랜시스·치체스터」경이 지난 28일 밤 8시 56분, 출항했던 항구 「플리머드」에 무사히 입항했기 때문이다.
「치체스터」경이 영국남부의 「플리머드」항을 떠난 것은 지난해 8월 27일-. 「아프리카」남단을 돌아 대서양. 인도양을 거쳐 1백7일 만에 호주의 「시드니」에 도착, 다시 동쪽으로 항해를 시작(지난 1월 29일)해서 남태평양을 통과, 남미 남단을 거쳐 모두 2백16일만에 고국의 땅을 밟았던 것.

<사경의 케이프·혼>
총 항해 킬로수는 약 4만5천6백킬로-. 2백 16일 밤낮을 단 한 번만의 도중 귀착만으로 단독 세계일주했다는 점에서 「치체스터」경은 또 하나의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만 8개월간 망망대해 상에 홀로 떠서 바다와 싸웠다. 바람이 거센 날은 잠조차 취할 수 없는 항해의 연속. 뼈·살을 에는 추위와 높이 13미터가 넘는 거친 파도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어려웠던 고비는 남미남단의 「케이프.혼」해협을 통과 할 때 비, 바람으로 미친 듯 날 뛰는 바다는 「바다의 영웅」 「치체스터」경에게 한때, 절망감마저 안겨다 주었다.

<밤 하늘의 대 축포>
과거기록을 보더라도 10척이면 8척이 이 해협에서 좌절되었던 것. 「엘리자베드」 여왕은 지난해 12월 12일 「치체스터」 노인이 「오스트레일리아」의 「시드니」항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에게 「서」(경) 칭호를 내렸다.
「윌슨」 수상도 축전을 보내 그를 격려했다. 28일 밤 8시 56분 쯤 「집시·모스」호는 미끄러지듯 「플리머드」항구에 들어와 닿았다. 해안에는 50만의 환영군중이 함성을 지르고 항내의 모든 선박은 기적을 울려 바다의 영웅을 맞이했다.

<이젠 술을 마시자>
축포가 밤하늘을 찢고 소방함이 분수를 하늘 높이 뿜는 가운데-.
「치체스터」경의 장거로 영국민은 해양국민으로서의 긍지를 되찾은 듯했다. 요즘의 그는 배에서 입은 상처의 쓰라림을 빼고는 건강한 상태라고 한다. 기항 첫날밤은 진통제를 복용, 잠을 청했다는데 오랜 「요트」생활 때문인지 방이 뜨는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는 것.
이제는 비바람을 겁낼 필요도 없고 술을 마음껏 마실 수 있어 생명의 환희를 느낀다고 친구들에게 이야기했다는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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