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씨름 늘어날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3면

민속씨름이 한층 재미있어진다. 기술이 더 잘 먹히고, 역동성도 증대된다. 샅바 잡는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한국씨름연맹은 29일 허리샅바를 먼저 잡고 다리샅바를 나중에 잡는 것으로 샅바 잡는 순서를 바꾸기로 하고, 다음 이사회에서 결정키로 했다.


지금까지는 선수들이 심판의 신호에 따라 마주 꿇어앉아 서로 오른쪽 어깨를 맞댄 뒤 왼손으로 다리샅바를 먼저 쥐고 오른손으로 허리샅바를 잡게 돼 있었다.

대수롭지 않은 것 같은 이 변화로 인해 실제 경기에서는 큰 변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다리샅바를 먼저 잡으면 샅바를 많이, 그리고 깊숙이 잡을 수 있다. 상대에 대한 통제력이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상대방의 몸을 자기 쪽으로 바짝 끌어당기는 게 가능해진다. 결국 두 선수는 모래판에서 일어날 때부터 서로 가슴을 맞대는 '선 자세'를 취하게 된다. 이럴 경우 서로에게 기술을 걸 '공간'이 절대적으로 좁아진다.

따라서 공격에서도 빗장걸이(오른발등으로 상대의 왼쪽 뒤꿈치를 걸어 넘어뜨리는 기술)나 밀어치기(다리샅바와 허리샅바를 잡아당기면서 상대를 밀어 넘어뜨리는 기술) 같은 비교적 단순한 기술만 사용된다.

힘으로 끌어당기는 자세이기 때문에 키나 몸무게가 달리는 선수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허리샅바를 먼저 잡고 다리샅바를 잡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허리샅바를 먼저 잡고 한껏 몸을 뺀 상태에서 다리샅바를 잡으면 다리샅바를 깊게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모래판에서 일어설 때도 선 자세가 아니라, 지면과 두 선수 몸이 'ㅁ'자를 그리는 모양새가 된다. 상대를 공격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지기 때문에 역동적인 기술걸기가 가능해진다.

씨름연맹은 올해 정규시즌부터 바뀐 규정을 적용키로 했다.

진세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