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제주 경선 한화갑 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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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한화갑(韓和甲)후보가 9일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치러진 민주당 대선후보 첫번째 경선에서 나머지 6명의 후보를 물리치고 승리했다.

헌정 사상 최초로 일반 유권자 선거인단을 포함한 국민참여 경선 방식으로 치러진 이날 선거에서 한화갑 후보는 선거에 참가한 6백75명의 대의원들로부터 1백75표(26.1%)를 얻어 1백72표(25.6%)를 얻은 이인제 후보를 불과 세표 차이로 따돌리고 승리했다.

이같은 결과는 이인제 후보가 대세론에 힘입어 10% 포인트 이상 앞설 것이라던 당초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3위를 한 노무현 후보는 1백25표를 얻었으며 정동영(1백10표)·김중권(55표)·유종근(18표)·김근태(16표)후보 순이었다. 무효는 4표. 한화갑 후보는 자신의 승리가 확정된 이후 “이같은 결과는 기적이 아니라 예정된 것이었으며 반드시 정권 재창출을 이루라는 사명으로 알겠다”고 강조했다.

이인제 후보측 전용학(田溶鶴)대변인은 “앞으로 국민의 마음을 읽는 선거캠페인을 통해 압도적 승리를 얻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노무현 후보는 “나의 상대는 이인제 후보다.오늘로써 이인제 대세론은 끝났으며 선호투표를 감안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제주지역의 선거인단은 총 7백92명이었으나 이날 투표장에는 무려 1백17명이 불참해 85.2%의 투표율을 보였다.

그러나 입당 원서를 제출하고 투표참가를 약속했던 대의원중 상당수가 불참한 것은 결국 국민참여 대의원으로 선정된 사람들 상당수가 조직에 의해 동원된 허수임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대해 한 후보측은 “제주지역 선거는 전체적으로 조직선거 양상을 보였으며 앞으로 다른 지역에서도 국민 대의원중 상당수가 불참하는 사태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날 투표의 전과정은 민주당 홈페이지에서 인터넷으로 생중계됐으며 투표는 컴퓨터를 활용한 전자투표방식으로 진행돼 1시간만에 끝났다.

민주당은 10일에는 울산에서 두번째 경선행사를 치르며 울산의 전체 대의원 숫자는 제주의 약 2배인 1천4백2명이다. 민주당 국민경선은 전국 16개 시도를 순회하며 치러지며 최종 행사는 오는 4월27일 서울에서 열린다.

이날 투표에 앞서 이뤄진 합동연설회에서 각 후보들은 상대방 후보를 맹공하고,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며 격돌했다.

연설순서 추첨에 따라 첫번째로 나선 김근태 후보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철학과 원칙이 같은 유일한 계승자”라며 “깨끗한 정치를 하고자 발등을 찍는 심정으로 한 양심고백을 국민은 잘했다고 하는데 일부 당원동지들이 잘못했다고 하면 국민은 민주당을 버릴 것이므로 부패와 싸우다 부상당한 김근태를 일으켜 세워달라”고 호소했다.

노무현 후보는 “정치시작전부터 민주화와 군사독재를 위해 싸워 감옥에 가고 변호사 직무도 정지당하는 등 민주당의 정통성을 지키고 원칙과 신뢰를 존중해왔다”며 “내가 대통령 후보가 되면 영남표 30% 이상을 끌어와 이회창(李會昌) 대세론을 흔들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화갑 후보는 “지역간 계층간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고 여야간 정쟁없는 정치를 만들고 인사탕평책으로 능력중심의 인재를 등용할 수 있으며,한국의 아시아의 중심국가로 부상시킬 수 있는 화합의 정치를 펼치겠다”며 “새끼섬(전남 신안)에서 온 섬 놈을 아저씨 섬(제주도)에서 봐달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유종근 후보는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본선 대결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경제전문가를 뽑아야한다”며 “깨끗한 경선을 하지 못한 사람은 깨끗한 정부를 만들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중권 후보는 “정권재창출의 지름길은 동서화합으로 보수성향 유권자인 영남표를 가져오기 위해선 진보개혁적인 후보보다 풍부한 국정경험과 능력이 있는 후보가 돼야한다”며 “제주 4.3사건 희생자들의 명예회복과 충분한 보상을 위해 특별법 제정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이인제 후보는 “한나라당 후보와 싸워서 이기지 못하면 국민에겐 혼란,역사에는 역류를 안겨줄 뿐으로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내가 대통령후보가 되면 이회창 총재를 누르고 영광의 승리를 여러분에게 바치겠다”면서 “특히 50만개 일자리를 창출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동영 후보는 제주 4.3사건과 국제자유도시,감귤산업 육성 등 제주도 정책에 대해 깊은 관심을 표시한 뒤 “최근 박근혜(朴槿惠)씨의 지지도가 급상승한 이유는 새로운 사람에 대한 기대로 ‘대세론’도 ‘지역후보론’도 정답이 될 수 없고 정치에 태풍이 불어야 정권재창출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종혁·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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