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프로] KBS·아리랑TV, 양봉인의 사계 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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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7면

올해 45세의 김성록씨. 그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인물이다. 조수미 못지 않은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서울대 음대 출신의 성악가가 그였다.

그런데 어느날 아침 양봉인으로의 변신을 선언한 것이다. 그의 부인 역시 원예과(고려대)를 나와 양봉인의 삶을 택했다.

이들 부부는 왜 벌을 인생의 동반자로 선택했을까.

매년 1월 이들은 꽃을 찾아 전국을 떠돌기 시작한다. 맨 처음 발길이 머무는 곳은 꽃이 가장 먼저 피기 시작하는 제주도. 전국의 양봉업자들이 한때 성지(聖地)로 받들었던 장소다.

이들은 그곳에서 일년 동안 자신들과 함께 여행할 벌들을 키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들 벌 군단을 데리고 긴 여정에 오른다. 전남 강진, 경남 일광, 경북 산동재, 충북 오창, 경기도 포천….

이렇게 북으로 북으로 향한 여행은 철원 지방의 민통선에서 막을 내린다. 더 이상 북으로 갈 길은 막혀 있기 때문이다.

KBS '일요 스페셜'과 아리랑 TV는 2일 밤 8시 각각 '동행'과 '네이처스 골드(Nature's Gold-A Beekeeper's Journey)란 제목으로 김씨의 일년을 따라가 본다. 방송위원회 대상 기획부문 수상작으로 고화질(HD)TV용으로 제작됐다.

제작진은 전국을 유랑하는 양봉인의 사계(四季)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의미를 묻는다.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돕고 살아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벌은 이 프로그램에서 자연의 의미와 공존법을 알려주는 가정교사나 다름 없다.

이홍기 PD는 "벌은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법을 알고 있었다"며 "이상 기온으로 벌들이 집단 폐사하는 모습에선 과연 인간이 자연과 어떻게 상생(相生)할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 프로그램에선 벌의 탄생 모습과 여왕벌의 산란 장면, 벌의 탄생 직후 꿀을 먹이는 장면 등 희귀한 장면들도 보여준다. 가수 김수철이 배경음악을 작곡해 벌과 인간의 어울림에 걸맞은 음악을 들려준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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