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중국 위안화 표시 국채등급 14년 만에 강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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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리스크’에 대한 경보음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수습 과정에서 잔뜩 부푼 가계와 지방정부의 빚 문제가 결국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피치는 10일(현지시간) 중국 위안화 표시 국채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한 단계 낮춘다고 발표했다. 중국 정부 채권의 신용등급이 강등된 것은 1999년 이후 14년 만이다.

 피치의 아시아 등급 책임자인 앤드루 콜쿤은 “중국의 금융부실 문제는 결국 공적자금 투입을 불러와 국가재정까지 악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치는 다만 중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의미하는 외화표시 국채의 등급은 기존의 ‘A+’를 유지했다. 3조 달러를 넘는 외환보유액 덕분에 대외 채무까지 부실해질 위험은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피치는 “A+가 상대적으로 후한 등급”이라고 밝혀 국가신용등급도 상황에 따라 강등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중국 은행들의 여신 규모는 지난해 말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35% 규모로 불어났다. ‘그림자 금융’으로 불리는 비은행권 여신까지 합하면 그 비율이 198%나 된다. 이는 2008년 말 125%를 기록한 이후 급팽창한 것으로 신흥국가 중 최고 수준이라고 피치는 밝혔다.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금융권 대출 규제를 크게 완화했다. 그 결과 경제는 그럭저럭 회복 흐름을 보였지만, 지난해부터 부동산 투기 붐이 일고 지방정부 재정이 악화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 다급해진 중국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시중 유동성 흡수와 주택 양도세 강화, 1가구 2주택 규제 등 대책으로 맞서고 있다.

 이와 관련해 투자의 귀재인 조지 소로스는 지난 9일 중국 하이난성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에서 “중국 그림자 금융의 팽창은 과거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와 비슷하게 전개되는 듯하다”며 “앞으로 2년쯤 뒤 중국이 대형 금융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중국의 부채 문제는 수습될 것이란 관측도 만만치 않다. 미 CNN머니는 “중국의 부채는 이미 노출된 리스크”라며 “중국 정부는 경제와 금융을 통제할 능력을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데이비드 헤일 DH글로벌이코노믹스 회장도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주택 가격이 떨어져 대출이 부실해지더라도 은행들이 위기에 빠질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월 3.2%로 올라갔던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3월 중 2.1%로 완화됐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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