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년 계획기간의 단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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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공화당은 지난 5·3대통령선거에서 2차 5개년 계획의 계획기간을 3년반으로 단축, 달성하겠다고 공약하였다. 이에 따라 경제기획원은 동 계획의 수정안을 오는 6월말까지 성안하여 7월중에는 이를 확정지을 것이라고 들린다.
보도에 의하면, 이 수정계획안의 윤곽은 연 평균 경제성장률을 당초의 7%에서 10%로 높이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총 투자액도 9천8백억원에서 3천l백10억원을 증액하며 수출목표는 12억 달러(상품수출 8억5천만 달러)로 책정한다는 것이다.
경제계획의 실시는 국민경제의 성장과 발전을 정부부문 및 민간부문에 걸쳐 장기적인 안목에서 계획적으로 촉구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현실적인 경제동향은 변화 무쌍함에도 불구하고 장기에 걸쳐 계획적인 성장과 발전을 촉구하자면 계획성안에 있어서는 몇 가지 전제적 여건이 설정돼야 한다. 그 하나는 어떠한 정권에 의해서도 이미 수립·집행중인 계획은 폐기되거나 중단되지 않는다는 것이며 또한 그 대폭적인 수정은 기본적인 여건의 변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에 이미 집행 중에 있는 2차5개년 계획을 기본적으로 수정하는 자세 자체가 신중한 검토의 대상이 될만하다고 생각된다.
정부는 2차 5개년 계획을 지극히 의욕적인 계획이라고 선전하여 왔다. 이제 이를 3년반으로 단축할 수 있다면 왜 처음부터 보다 의욕적이며 합리적인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던 것인지 알 수 없다. 만일 선거공약에서 3년반으로 단축할 것을 공약할 예상 하에 당초계획을 짰었다면 경제계획은 정치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2차 5개년 계획을 3년반으로 단축하고 성장률을 연 평균 10%로 늘린다고 하지만, 높은 성장률의 달성이 반드시 소망스러운 것은 아닌 것이다. 그 이유는, 양적인 성장보다 질적인 성장이 한국경제의 현 단계에서는 더욱 요청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액에 있어서도 조액보다 순 가득액을 중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양적인 숫자만을 전제로 한 계획기간의 단축은 큰 뜻을 지닌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3년반으로 단축할 수 있는 투자재원의 뒷받침에 관해서는 문제가 없지 않을 것이다. 국내의 물가추세를 보면, 금년 하반기 이후에 더욱 급격히 앙등할 전망이 짙은데 총체적인 투자액을 늘린다고 하더라도 물가상승률이 높으면 투자액의 실질가치는 감소되므로 계획사업의 추진에 차질을 가져오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견지에서 5개년 계획의 단축보다는 오히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안정된 경제여건의 조정과 합리적인 경제정책의 추진이 앞서야 한다.
요컨대, 장기경제계획을 손쉽게 뜯어고친다는 것은 당초 계획이 극히 불합리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면,「탁상계획」의 계수 적인 수정에 지나지 않는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2차 5개년 계획의 3년 반으로의 단축이란, 순수한 경제적 관점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일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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