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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동심의 세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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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크리스천·아카데미」강연>어린이의 문화실조
『어린이는 어른의 소유물이 아니다.』― 영국의「그우덴」박사의 유명한 말이다. 그리고 오늘의 어른들이 깨닫고 실천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어른을 활이라고 부르면 어린이는 화살로 그들은 어른으로부터 떠나야 하는 존재다.
그들의 문화실조는 어린이 존재에 대한 어른들의 그릇된 개념과 부족한 이해 때문이다.
아이들은 점점 가정에서 나와 그들대로의 문화의 의미를 학교·친구·사회 그밖의 「매스콤」 등을 통해서 많고도 복잡하게 영향을 받게 된다. 어린이날을 즈음하여 2일 「크리스천·아카데미」에서 「어린이의 문화실조」란 주제로 대화의 모임을 가졌다.
시인·대학교수·아동문학가·정신과 의사 등 37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원식(서울대 교수)씨는 「가정과 학교 생활면에서」, 주정일(보사부 부녀아동국장)씨는 「사회생활면에 대한 발제」 강연을 했고 이를 중심으로 의견을 교환했다.
▲가정과 학교생활에 있어서(정원식)=어린이는 태어남과 동시에 자랄 수 있는 가능성과 환경을 받는다. 이 두 가지가 서로 작용하여 사회적 정서적 가치관이 발달한다. 아이들은 환경에 의해 학습된 행동이 월등히 많으므로 성장 가능성보다 환경의 비중이 훨씬 크다. 그러나 어린이를 키우는 사람, 키우는 장소들은 그들의 심리적 필요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요소를 지연, 혹은 결핍시키거나 불균형으로 문화실조를 야기시킨다.
요컨대 수재와 문제아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그것은 가정과 환경에 의해 좌우된다. 어린이는 자연 발생적 행동을 원한다. 도시집중 주택난의 현실을 묵인한다손 치더라도 『길에서 놀지 말라.』 『뛰지 말라.』등 「하지 말라」는 동작 행위의 제한은 그들의 지적 발달의 제한을 가져올 뿐이다. 또 어른의 일관성 없는 훈육은 어린이의 호기심을 제한하고 어린이 문화를 실조시킨다. 현재 학교 교육자체도 기억력과 지식 주입에만 집중되고 창의력·비판력·문제해결력은 길러 주지 못하고 있다. 「과외 수업」 「2부제」 「3부제」가 그대로 지속되는 한 아동은 제대로의 동심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의 해결책은 어른들의 올바른 가치 판단에 달려있다.
▲사회생활면에서(주정일)=「매스콤」이 어린이에 주는 영향력은 무한대다. 가정에서 어머니에 의해 아이가 자란다는 것은 한 세기전의 사실이다.
이러한 사회 현상으로 교육자들은 달음박질하는 아동을 뒤에서 견제하는 것으로 그친다. 교육자는 소극적인 행동보다 적극적인 탐색과 대비책을 강구해야한다. 「스웨덴」의 경우 국민소득이 1천불이 넘어 63년에야 겨우 「텔레비젼」방송국이 생겼다. 「라디오」 「텔레비젼」의 상업성은 버젓이 안방에 들어앉아 어린이에게 어린이답지 않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고있다. 이것들의 극도의 오락성은 어린이에게 어른의 세계를 쉽게 알아 버리게 하고 어른을 그것을 즐기고 있는 실정이다.
어린이 도서의 64%를 차지하는 만화의 대부분이 저속하고 위협적이고 일본 것을 밀수입한 것이다. 좋은 만화에는 어린이 이상의 세계가 있고 삶의 기지, 꿈이 있어야한다. 어린이에게 만화를 못 보게 하느니 명작을 만화화하여 읽히는 등 질적향상을 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모든 사회의 건망증은 「유해색소」 「비닐주스」 「유독성 완구」의 시급한 문제조차 잊고 있다. 유익한 장난감을 안겨줄 줄 아는 사회 복지가 절실히 요구된다.
겨우 어린이의 동심을 일깨워 주는 것은 동요에 불과하다. 좋은 노래가 끊임없이 나오고 어른도 어린이와 함께 부를 수 있는 국민 가요도 창작, 장려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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