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화가 한가운데 고양이 낙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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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상파울로」 시가가 세계 각처로부터 찾아든 관광객들에게 탐승지로서 그 진가를 발휘한지는 이미 오래이다. 그 중에도 유별나게 이곳 방문객의 눈길을 모으게 하는 것이 있다. 「아냥가 바우가」의 「차의 수교」밑에 있는 소공원- 「고양이 낙원」이다. 그 이름대로 각양각색의 고양이들만이 즐겁게 서식하는 묘공의 세계-.
이 공원이 이룩되기는 약 40여 년 전이라는데 이 고양이 족속들이 언제부터 어떻게 해서 이처럼 집단을 형성하며 그들만의 세계를 즐기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형형색색의 크고 작은 고양이들 약 3백 마리가 옹기종기 떼를 이뤄가며 저들 나름의 살림을 펴가고 있는 자연스러운 풍경은 특히 이곳 시민들의 빼놓을 수 없는 재롱거리와 귀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묘족들의 품성 또한 양순하고 깨끗하기 그지없어 많은 부인네 들과 꼬마들이 이곳을 찾아 고양이를 껴안고 「키스」하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고양이 마을에 마치 천사와도 같은 고마운 「고양이 할머니」가 나타나서 시민들의 큰 화제.
순전히 동물을 사랑하고 귀여워하는 순정에서 20여 년 동안을 하루도 빠짐없이 이 많은 「고양이 손자」들에게 우유 빵 고기를 먹여주고 매주 한번 목욕을 시키며 살충제를 뿌려주는 등 실로 양모노릇을 다하고 있다. 이 노인이 바로 불란서에서 온 「에리아누·브에노」(60) 할머니. 그러나 이 「고양이 낙원」에도 때아닌 수난이 닥쳐왔다. 지난 주초 이 동산의 가장 모범생이던 고양이 다섯 마리가 갑자기 나타난 자동차에 실려갔다.
이에 대경실색한 「브에노」 할머니는 붙들려간 고양이들의 구제를 호소하며 울부짖은 채 정신없이 시가를 휘청거렸다.
이것을 본 시민 백여명과 이곳을 지나던 「상파울로」 법대생들이 이 「납치차」를 추격한 결과 바로 「국립동물협회」의 소행임이 밝혀진 것. 분노한 시민들과 법대생 들은 고양이를 체포해온 장본인을 군중 앞에 세우고 「린치」를 시작하자 출동한 기동경찰대가 사태수습에 진땀을 빼기까지. 더욱이 체포이유가 『동물을 보호육성하기 위한 연구교재로서 이 고양이를 해부하기 위해서』라는 것.
이에 격분한 「브에노」할머니와 군중들은 수십 년간을 애육해 온 고양이 할머니의 동의도 없이 맘대로 고양이를 체포 살해할 수 있는지 항의하고 법대생 들이 대리인이 되어 국립동물국제보호협회를 걸어 방금 「상파울로」 고등법원에 제소중이라고-.
이렇게 고양이는 「상파울로」 시민의 아낌 속에 살고 있다. 【상파울로·최공필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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