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사법부 통제할 수 있게 배심제 도입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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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엘리트주의가 문제다.”

신평(57·사법연수원 13기·사진)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한국 사법부가 국민 신뢰를 잃은 원인으로 엘리트주의를 지목했다. 그는 판사였던 1993년 ‘법관 조직의 과도한 관료화·계급화는 사법부 만악의 근본’이라는 법원 비판 글을 언론에 기고한 뒤 그해 8월 연임 심사에서 탈락했다. 그는 이 기고문에서 “판사실에서 돈이 공공연히 오고가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 배석 판사가 말을 잘 따르지 않는다고 해 부장판사가 온갖 모욕까지 서슴지 않는 모습을 직접 목도한 일이 있다”고 썼다. 당시 법원은 그의 탈락 이유에 대해 ‘사생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법원은 막말 판사, 오락가락 보석결정, 시류 영합형 판결 등 잇따른 논란에 대해 개별 판사의 문제라고 선을 긋고 있다.
“개별 판사의 문제인 동시에 법원 전체의 문제다. 우리 법조계는 그동안 과도한 특권의식이 지배했다. 특히 ‘법원은 어떠한 결함도 저지르지 않는다’는 사법 무결점주의의 이데올로기에 지배돼 왔다. 외부의 비판은 사법의 독립을 해치거나, 열등감의 발로라고 봐왔다. 이런 것들이 파행적인 현상의 근저에 숨어 있다.”

-최근 법원이 국민과 소통을 늘리고 있지만 법원에 대한 인식은 아직도 좋아지지 않고 있다.
“소통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법원은 반성에 인색하다. 과거 군사정부의 정치적 재판에 대해 사과한 적은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많았던 사법 부정에 대해선 한마디 말도 없다. 서울변호사회 등에서 시행 중인 법관평가에서 부진한 판사는 인사상 불이익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 총수에 대해 법원이 잇따라 중형을 내리고 있다. 경제민주화 여론을 의식한 눈치보기 재판이 아닌지.
“일련의 흐름을 보면 정치권 눈치보기, 시류에 영합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사법부 조직에 미치는 힘에 따라 판결의 방향이 바뀌는 것은 안 될 말이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최근 강연에서 “여론으로부터의 독립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우리 법원은 사법부의 독립만을 말하지만 사법부의 책임도 중요하다. 사법부의 독립은 그 자체로 어떤 가치를 가진 것이 아니다. 정권이 사법부에 개입한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런 게 없다. 그럼에도 자꾸 사법부의 독립을 주장하는 것은 자신들의 권한을 계속 확장하려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든다.”

-무슨 대책이 필요한가.
“국민이 적극적으로 나서 사법부를 통제해야 한다. 사법부의 책임을 요구하는 일을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기본적 권리를 지키는 일이다. 이런 의미에서 배심제 도입이 필요하다. 사법 부정에 대한 공소시효를 아예 없애는 것도 필요하다.”

이철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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