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읽기] 살아있네 … 기장의 봄 멸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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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기장군 대변항 부두, 2013. 4

지난 4일 오후 8시 부산시 기장군 기장읍 대변항 부두.

 “어기야 여차! 어기야 여차!…”

 어부들이 입장단에 맞춰 그물에 걸린 봄 멸치를 리듬 있게 털어내고 있다. 그물에서 떨어진 멸치들이 집어등 불빛을 받아 밤하늘을 날아다닌다. 이른 새벽부터 기장 앞바다에 나가 어부들의 부지런함으로 갓 잡아올린 싱싱한 멸치들이다.

 육지에서 꽃들이 봄을 알릴 때쯤 바다에서는 멸치들이 봄소식을 몰고 온다. 갯가 사람들은 멸치가 잡히기 시작하면 ‘아~이제는 봄이구나’ 하며 봄 전령사를 반긴다.

 특히 대변항 멸치는 다른 멸치보다 크다. 어른 손가락 두 개를 합친 것과 같다. 먹는 방법 또한 다양하다. 상태가 좋은 생멸치는 주로 젓갈용으로 쓰인다. 또 미나리·쑥갓·깻잎 등 야채와 싱싱한 멸치에 새콤달콤한 초고추장을 넣어 잘 버무린 멸치회는 겨우내 잃었던 입맛을 되살리기에 제격이다. 멸치를 회로 먹을 수 있는 시기는 3~5월로 지금이 제철이다.

 조선시대 정약전 선생이 쓴 『자산어보』에는 물에서 나오자마자 금세 죽어버리는 성질 급한 멸치를 ‘멸할 멸(滅)’자를 써 ‘멸어(滅魚)’라 기록하고 있다. 그래서 멸치를 싱싱한 회로 즐기려면 직접 산지를 찾아와야 한다. 매년 이맘때 전국 미식가들의 발길이 대변항으로 이어지는 이유다. 대변항 부둣가 식당에서는 멸치를 이용한 찌개·구이·쌈밥 등 다양한 요리를 손쉽게 맛볼 수 있다. 가격은 2만~3만원 선이다.

 ‘기장멸치축제’가 다음 달 2일부터 5일까지 부산시 기장군 대변항(대변마을) 일대에서 열린다. 혀끝으로 봄을 느끼고 싶은 상춘객들의 마음이 급해질 듯하다.

사진·글=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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