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봉투가 비는 까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매양 좋기 만한 엄마의 비위를 맞추어가며 용돈을 타 쓰던 학창시절이 어제 같은데 벌써 직장생활 2년째다. 맨 처음 월급봉투를 받아든 나는 그저 기쁜 마음으로 엄마가 깜짝 놀랄 만한 선물을 사려고 발길을 재촉했었다. 그러나 뜻밖의 친구들을 만나 그만 엉뚱한 적자를 내고 말았다.
○…그 다음 달도 역시 명목 없는 지출이 많아 빈 봉투만 남았었다. 이런 일이 자꾸 계속되는 동안 나는 가슴 아픈 후회도 해 봤지만 별로 쓴데도 없이 빈 봉투만 남는 까닭을 따져볼 생각은 못했다. 그러다 새해에 들어서 좋은 생각이 났다. 일기장 끝에다 그날 쓴 돈을(단돈 1원도) 꼭꼭 적기로 한 것이다.
○…처음 며칠동안은 우습기도 하고 어처구니도 없었지만 한달 동안 죽 적어놓고 보니 깜짝 놀랄 계산이 나왔다. 월급의 태반이 이 자잘한 푼돈으로 새나가는 것이 아닌가-. 나는 무서운 병에라도 걸린 듯 눈을 크게 떴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 더니…. 나는 문득 떠오르는 속담을 되새기며 한푼이라도 아껴 쓰리라 결심했다. 그러고 보니 다음달에는 그렇게 바라던 엄마의 선물을 사드릴 것 같다. <민덕남·여·23·미혼·전남광주시 대인동 시민관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