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다시 탑건을 향하여] 上. 내 폼을 되찾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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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30.텍사스 레인저스)가 지난해 12월 한국 방문 때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www.chanhopark61.com)에 게재하는 조건으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박찬호가 인터뷰에서 밝힌 자신의 야구관과 인생관, 지난해 부진의 원인과 올시즌 전망 등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이 내용은 박찬호의 홈페이지에도 올려진다. 편집자

인터뷰를 위해 그의 숙소(서울 소공동 롯데호텔)를 찾았을 때 그의 침대 머리맡에는 세권의 책이 놓여 있었다. '달라이라마의 행복론'과 틱낫한의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 그리고 메이저리그의 위대한 전설 샌디 쿠팩스의 자서전이었다.

그는 "베개 삼아 읽는다"고 했다. 그 책들은 그의 관심거리가 무언지를 대변해주는 것들이었다. 그런 것들을 제쳐두고 우선 야구 얘기를 꺼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궁금한 것부터 물어봤다. 2001년 메이저리그 올스타까지 오를 수 있었던 가장 큰 무기, 직구의 위력이 어디로 갔는지였다.

-95마일(1백53㎞)이 넘던 직구가 사라졌습니다. 일각에서는 '변화구에 맛을 들이다 보니 직구를 던지려 해도 스피드가 안 나온다'고도 합니다. 그 직구는 이제 다시 던질 수 없는 겁니까?

"중요한 얘깁니다. 대답은 하겠습니다만 잘못하면 변명처럼 들릴지도 모릅니다. 또 이 대답 때문에 앞으로 제가 더 괴로워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직구가 살아나지 않을 경우 '어디가 아프냐'는 말이 계속 나올 수 있으니까요. 사실 왼쪽 엉덩이 부분이 아팠습니다. 엉덩이 부분에 붙어 있는 근육이 손상됐기 때문이었죠. 시즌 중간이었습니다. 공을 던질 때 왼발을 힘있게 딛고 이를 축으로 해서 던져야 하는데 이 '축'이 흔들리는 겁니다. 통증 때문에 힘을 줄 수 없으니까요. 그 동작 이후 상체를 끌고 나와 공을 손에서 놓으면서 상체를 앞으로 숙여야 파워있는 직구가 나옵니다. 그런데 왼쪽 다리가 구부러져 상체를 지탱해주지 못하니까 상체가 금방 펴져요. 그리고 숙이는 대신 왼쪽으로 빠지고 맙니다. 축이 흔들리니까 제구력도 약해지고, 스피드도 나지 않는 겁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2003 시즌에는 직구가 살아나는 겁니까?

"근육 손상으로 아플 때는 너무 고통스러웠습니다. 마운드에서 타자와 싸워야 하는데 타자를 의식할 겨를 없이 통증과 싸워야 했으니까요. 개막전 때는 이닝마다 허벅지에 테이핑을 더 단단히 하고 나가 이를 악물고 던져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고통 속에서 저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다리만 아프지 않으면 다시 스피드와 파워를 찾을 수 있다는, 그런 희망이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후반기에 5연승을 거둘 때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시즌에는 직구가 위력을 찾을 겁니다. 다시 말하지만 저는 직구 투수입니다. 직구를 던지고, 그 제구력만 찾으면 누구도 두렵지 않습니다."

-레인저스의 2003년은 어떨 것 같습니까.

"지난 시즌 후반부는 2003년을 위한 테스트 기간이었습니다. 그래서 후반에 좋은 투수들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호아킨 베누아.벤 코즐로스키 등 젊은 선발투수들이 올해는 지난해보다 분명히 나아질 겁니다. 또 부상 선수들이 돌아와 구원투수진도 좋아질 겁니다. 이런 상승세가 이어지면 2004년에는 더 좋아질 겁니다. 우리가 속한 아메리칸리그 서부에 강팀들이 많지만 그 팀들과 충분히 해볼 만한 전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일각에서 포크볼을 던진다는 말도 하는데요.

"포크볼은 안 던집니다. 체인지업이 낙차가 커서 그렇게 보이는 겁니다. 체인지업을 내것으로 만드는데만 4년이 걸렸습니다."

이태일 야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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