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뮤지컬 ‘그날들’ 구사일생으로 내일 개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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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대학로뮤지컬센터 출입이 가능해진 2일 오후, 유준상(왼쪽) 등 뮤지컬 ‘그날들’ 출연 배우들이 무대에 올라 환호하고 있다. [뉴시스]

좌초될 뻔 했던 김광석 뮤지컬이 가까스로 정상 개막한다.

 사건 전개는 이랬다. 고(故) 김광석(1964~96)씨의 노래로 엮은 뮤지컬 ‘그날들’은 4일 막이 올라갈 예정이었다. 장유정 연출, 장소영 음악감독 등 스타 창작자에 유준상·오만석 등이 출연해 올 상반기 최고 기대되는 창작 뮤지컬이었다.

 정작 문제는 공연장이었다. ‘그날들’은 서울 대학로뮤지컬센터 개관작이었다. 대학로뮤지컬센터는 D건설에서 지었는데, 건설사 측이 “건물주 A로부터 공사비 100억여원을 받지 못했다”라며 극장에 대한 유치권(留置權·빚을 돌려 받을 때까지 특정 부동산을 점유할 수 있는 권리)을 1일 전격 행사했다. 이날 자정부터 극장에 대한 출입이 통제되기 시작했다. 극장 건립을 둘러싼 건물주-건설사간의 다툼에 애먼 제작사만 불벼락을 맞은 꼴이었다. 개막이 채 나흘도 남지 않은, 급박한 시간이었다.

 제작사는 우선 법원에 ‘공연방해금지가처분’을 신청했다. 장유정 연출자 등 10여명의 무대 스태프는 극장 안에서 ‘자진 감금’에 들어갔다. 한번 극장 밖으로 나왔다간 다시 들어갈 수 없기에 나온 궁여지책이었던 것. 안에서 먹고 자면서 음향·조명·무대 리허설을 해 부족한 연습 시간을 최소화시켰다. 설렁탕 등 먹거리는 밖에 있던 다른 제작진이 창문 틈으로 몰래 집어넣어 주었다.

 그 와중에 오케스트라와 배우들도 외부 연습실에서 각각 손발을 맞춰 보았다. 손상원 프로듀서는 “게릴라 작전을 방불케 했다”고 말했다.

 결국 법원이 가처분신청을 받아줌으로써 2일 오후 ‘그날들’ 제작진은 다시 공연장에 들어갈 수 있었고, 36시간 만에 재회한 연출가와 배우는 서로를 끌어 안으며 감격해 했다. 장유정 연출가는 “불의의 사고가 우리를 똘똘 뭉치게 해 주었다. ” 고 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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