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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작가 동맹대회를 앞두고 흔들리는 소련 문예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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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작가대회는 반드시 「누보·로망」의 옹호자와 인습적인 소설의 옹호자가 논쟁을 하는 단순한 토론회라고만 할 수는 없다. 「러시아」에 있어서의 작가 대회는 중요한 정치를 하는 장소인 것이다. 제정시대도 그랬지만 반정부파가 없다는데서 생기는 「갭」을 어느 정도까지 배워 나가는 것은 지금도 소설가나 비평가인 것이다.
그들은 어느 정도까지 자신이 발언할 수 없는 모든 사람들의 대변자이며 그들이 어떠한 대우를 받느냐 하는 것은 언제나 체제가 어느 정도로 「리버럴」한가를 측정하는 공정한 「바로미터」였다. 그렇기 때문에 5월24일부터 열린 예정인 제4회 소련 작가 동맹대회 준비는 중요한 의의를 가지고 있는 것 이며 3월초 「리버럴」파의 유력한 월간문예지 「노뷔·밀」의 편집국에서 「잭스」와 「데멘체프」가 해임당한 것은 보수파가 대회준비를 위해 정비와 강화를 서두르고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다.

<보수파 우위차지 완전한 승리 못돼>
「스탈린」이 죽은지 14년에 걸친 「문화투쟁」에서 양 파는 다같이 성공을 거두어왔다. 「시냐프스키」「다니엘」사건이 일어난 이래 1년 남짓은 보수파가 우위를 차지한 듯 했지만 그들의 일시적인 승리도 결코 완전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사실상 정부는 「레퍼리」의 역할을 맡으려했던 듯 다투는 양파의 어느쪽에도 치우치지 않도록 주의를 해왔다. 「모던·아트」의 소 전람회가 강제적으로 폐쇄당한 직후인 1월말, 「프라우다」지는 장문의 논문을 실어 「노뷔·밀」지와 그에 대립하는 보수파의 월간지 「옥차브리」를 한데몰아 비판했다. 당국이 왜 불편 부당의 태도를 취하려하는 것인가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그 동정이 어느 쪽에 쏠리든 당 지도자들은 긴 안목으로 보면 보수파가 예술논쟁에서 질것이 확실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이 분명하다. 3월초에 소련의 어떤 강사가 술회한 바에 의하면 과거 40년간 소련에서 「지적 노동에 종사하고 있는」사람들의 수효는 2백60만에서 2천6백만으로 늘어났다. 「노르마」달성에 대한 사랑의 2중창이나. 「지나노프」류의 「사회주의 리얼리즘」 등의 표현은 거의 문맹인 농민에게는 희한한 것일지 모르지만 과학자·의사·교사 그 밖에 다른 소련의 새로운 중산계급에 있어서는 너무나 조잡한 것이다.

<작가에 자유 주면 현 체제기반 위협>
소련 작가에게 좀더 자유를 주면 그들은 그들이 생활하고 있는 사회를 억제한다는 고전적인 역할을 부활시킬지도 모른다. 사회 그 자체의 기초가 아니라 할지라도 적어도 현 체제의 기반에 위협을 줄는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화는 전진·휴지·후퇴와 일진일퇴를 되풀이 해온 것이었다. 「도진체프」의 「빵으로는 살 수 없다」나 「에렌부르크」의 소설은 「스탈린」이 죽은 뒤 제1기의 서먹서먹한 개막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솔제니첸」의 「이완·데니소비치의 하루」는 강제수용소 제도를 비난한 점에서 어떤 연설 이상의 역할을 했다.
과거 약1년 동안 출판사는 제2차 세계전에 관한 방대한 자료-소설·수기·회상록-를 입수했으나 그 대부분은 거창한 승리에서 인공적인 공로를 제거한 것이었다. 일부에서는 노발대발 들고 일어나 군의 명예와 규율을 변호했다. 작년 말에 「노뷔·밀」지에서는 저명한 소설가 「콘스탄틴·시모노프」의 전쟁 회고록 게재여부로 승강이를 벌이는 동안 발행이 연기되어 결국 회고록은 발표되지 않았다. 이 잡지의 편집 차장인 「잭스」와 편집 서기인 「데멘체프」가 해임을 당한 것은 각각 이 분쟁에서 취한 태도 때문인지도 모른다. 만약 편집장인 시인 「토월도프스키」가 해임됐다고 하면 상당히 큰 사건이 일어났을 것이다.
「노뷔·밀」은 그 최신호에 「보리스·파스테르나크」의 자서전 제1회를 게재하고 있다. 편집자로서는 작가의 견해와 모두가 일치하고있진 않지만 가치 있는 기록이라고 술회하고 있다.

<미술전 중지시킨 「흐」논거 사라져>
「시모노프」의 회고록이 발표되지 않았던 것은 그가 원고의 삭제를 거부한 탓이었는데 불과 몇 년전만 해도 이처럼 삭제를 거부하는 일 같은 건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또 3월초의 「프라우다」지는 예술에 관한 논설에서 「평균적」인 독자나 관객이란 존재하지않는것이므로 예술에서는 「일반이 아는 것」을 유일한 기준으로 단정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그래서 미술전람회를 중지시킨 「흐루시초프」의 논거는 없어졌다.
보수파는 다가올 작가동맹대회를 이용하여 반대파가 소련사회를 손상시키는 면을 써내고있다는 이유로 그것을 비난하려하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그들이 성공할는지, 현재 말할 수 있는 것은 설령 그들이 성공했다 치더라도 싸움이 여전히 계속될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으며 소련체제의 진화에 「플러스」하는 지침으로서의 역할을 하게되리라는 것뿐이다. <영국 「에코노미스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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