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재건사업 따자’ 팔걷은 KOTRA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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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지난달 31일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은 아직도 전쟁 중인 곳 같았다. 공항 주차장에는 대형 방탄차량 10여 대가 줄지어 서 있었다. 공항 인근 도로에도 장갑차와 탱크가 완전 무장한 채 대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튿날 바그다드의 알라시드 호텔 1층 알자와리 홀에는 완전히 다른 이라크가 있었다. 이곳에서 열린 ‘제1회 한·이라크 경제협력포럼’은 이라크 경제의 희망을 찾는 200여 명의 이라크 기업인으로 북적였다.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와 한진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도 참석했다. 한국 기업인 80여 명은 이들에게 제품 설명을 하느라 분주했다. 자바 함자 라티프 이라크 주택건설국장은 “한국 기업의 우수한 기술력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며 “터키와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이라크 시장에 우수한 한국 기업이 더 많이 진출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KOTRA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국내 기업의 이라크 재건사업 관련 수주를 지원하기 위해 나섰다. 한·이라크 포럼이 대표적인 활동이다. 이라크는 오는 2017년까지 2750억 달러(약 300조원)를 투자해 전쟁으로 황폐해진 산업기반과 국토를 재건한다는 계획이다. 재건의 무기는 막강한 오일달러다. 국제통화기금은 올해 원유증산과 재건사업 등을 통해 이라크의 국내총생산(GDP)이 14.7%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라크의 원유 매장량은 1431억 배럴로 세계 5위다. 이미 영국·독일·중국 등은 올 초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앞다퉈 이라크에 파견했다. 이에 맞서 KOTRA는 한국 기업인과 이라크 정부 관계자를 연결해주는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1일 오후 열린 이라크 주요 발주처 초청 간담회에도 이라크 보건부·전력부 등 14개 중앙정부 기관과 7개 지방정부 발주처, 이라크 유력기업 120여 개사가 참석했다. 오영호(61·사진) KOTRA 사장은 “이라크 현지 상담회는 개별 기업인으로선 만나기 힘든 이라크 정부의 유력 인사를 한꺼번에 만나는 효과가 있다”고 소개했다.

 수출을 노려볼 만한 품목도 다양하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T-50 고등훈련기 20여 대를 이라크에 수출하는 게 목표다. CU스킨은 앞으로 2년간 1500만 달러어치의 스킨 클리닉 시스템을 수출하기로 했다. 연세의료원도 이라크 의료시장 진출 여부를 타진 중이다. 오 사장은 “이라크는 전쟁을 치른 후 놀라운 성장을 한 한국을 롤모델로 여기는 분위기”라며 “이라크 시장을 선점해 재건사업의 25%인 650억 달러어치를 수주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라크 시장 공략을 위한 한국 기업인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주중철 주 이라크 공사는 “2010년 658명에 불과했던 기업인의 이라크 방문이 지난해 5000명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포럼에 참가한 윤병은 아주산업 사장은 “아직 안전에 대한 걱정이 있긴 하지만 이라크는 한국 기업이 놓칠 수 없는 새로운 시장”이라고 말했다.

바그다드(이라크)=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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