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중공 사태와 주은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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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의 중공사태를 볼 때 한동안 소란을 피워오던 홍위병이 표면에서 사라지고 중공 수상 주은래가 전면에 나선 것 같다. 또 작년 8월부터 이른바 「문화대혁명」이 본격화한 이래 임표·진백달·강청 등이 무대의 주역으로 행세해 왔으나 최근에는 주은래가 「클로즈·업」 되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북평으로부터의 일부 보도에 의하면 주은래가 행정·당·군사 관계 업무를 인수했다고 한다. 그랬는가 하면 주은래가 집행기관의 모든 권한을 모택동으로부터 부여받았다는 말도 있다. 이런 것들로 미루어 보아 이제 주은래가 전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은 거의 틀림이 없는 듯 하다.
주은래의 전면 대두와 더불어 그에 대한 추측이 또한 구구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견해는 첫째로 모·임 주류파 주진의 「문화대혁명」이 전면적으로 실패했기 때문에 그것을 중단시키고 수습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다. 둘째로는 전기한 것과는 상반된 것으로 모·임파가 주은래를 내세움으로써 전술상 타협과 후퇴를 교묘히 교차시키면서 재공세의 기회로 삼아 예정 「스케줄」을 강행할 것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있어서 주은래의 출현은 다분히 후자에 그 동기가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주은래가 전면에 나섬으로써 모·임 주류파가 추진하는 「문화대혁명」이 아예 중단된 것으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문화대혁명」의 여태까지의 경과를 볼 때 홍위병→문화혁명소조→조반운동→군동원→「파리·코뮨」 형성 등 일련의 운동을 전개하는 가운데 그것이 다같이 난관에 부딪쳤다는 것은 그간의 보도로 주지된 사실이다.
그렇지만 모·임파가 반모파의 정상을 이루는 유소기·등소평 파에 굴복한 것도 아니고, 또한 그와 반대로 유·등 파가 굴복한 것도 아니다. 투쟁은 계속되고 있으며 그간에 화해가 성립된 것도 아니다.
그래서 모·임파가 주은래를 내세워 타협한다거나 또 「문화대혁명」 자체를 후퇴시킨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이는 특히 「문화대혁명」과 주은래와의 관계를 볼 때 그 심증을 더욱 굳게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시초부터 주은래는 이른바 「문화대혁명」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여 온 자이다. 그는 비록 표면에 나서지 않았지만 작년 4월 30일 이미 「문화대혁명」이 본격화하기 전에 그것이 「사활의 투쟁」이라고 했고, 또 작년 8월 제11중 전회 이후의 권력자 서열에서는 임표 다음으로 3위를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1월 10일 주은래는 『국무원이 문화대혁명의 집행기관』이라고 하였다.
주은래는 「문화대혁명」의 권외에 있었던 것도 아니고 방관자의 입장에 있던 것도 아니다. 그는 비록 「문화대혁명」을 추진하는 가운데 지나친 행동을 견제하는 통제관 노릇을 하였다고 하지만, 그는 여태까지 「문화대혁명」을 추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만은 분명한 사실로 되어 있다.
따라서 주은래가 전면에 나섰다는 것은 모택동 일파의 전술적인 술책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더욱이 모·임파의 「문화대혁명」이 이것으로 영구히 중지되었다고 보는 것을 있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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