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야구장 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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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김인식

한국 프로야구가 서른두 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한층 높아진 팬들의 눈높이에 따라 우리 프로야구도 연륜에 걸맞은 경기를 펼치길 바란다.

 관전 포인트는 다양하다. 지난 2년 동안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차지한 삼성이 올해는 압도적인 강자가 아니다. 삼성의 새 외국인 투수 로드리게스가 던지는 걸 두 번 봤다. 섣부른 판단일 수 있지만 대단한 투수는 아닌 것 같다. 또 다른 외국인 투수 밴덴헐크도 4월 중순 이후 등판이 가능하다. 삼성의 강점인 선발진에 고민이 생긴 것이다. 불펜에서도 정현욱(자유계약 이적)과 권오준(팔꿈치 부상)의 공백이 커 보인다.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안지만의 구위도 장담할 수 없다.

 KIA와 두산은 올해가 우승 기회다. KIA는 선발투수 자원이 좋다. 소사·윤석민·서재응·김진우·양현종은 스타일도 다양하고, 경험도 풍부하다. 타선에서는 자유계약으로 영입한 김주찬이 눈에 띈다.

 두산은 홍성흔 영입으로 중심 타선이 묵직해졌다. 밝고 유쾌한 홍성흔은 팀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파하는 선수이기도 하다. 다만 시즌 막판에 치열한 순위 다툼이 펼쳐질 경우, 2년차 김진욱 감독이 흔들리지 않고 팀을 꾸려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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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위권은 대혼전이 예상된다. 롯데는 로이스터(2008~2010년), 양승호(2011~2012년) 감독 재임 시절 우승을 놓친 것이 정말 아쉬울 것이다. 최근 2년간 4번 타자 2명(이대호·홍성흔)과 톱타자 요원인 김주찬이 팀을 떠난 공백이 커 보인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SK는 투수진이 나쁘지 않다. 다만 중간과 마무리를 오가며 궂은 일을 했던 정우람(군 입대)과 박희수(팔꿈치 부상)의 공백을 메울 해법을 찾아야 한다.

 2002년 이후 10년 동안 포스트시즌에 나서지 못한 LG는 올해 ‘가을 야구’를 꿈꾼다. 롯데와 SK가 흔들릴 때 기회를 잡아야 한다. 하지만 곳곳에 물음표가 남아 있다. LG 외국인 선수 두 명(리즈·주키치)을 빼고 나머지 선발 후보는 안정감이 부족하다. 타선도 다른 팀을 주눅들게 할 정도는 아니다. 예상 못했던 깜짝 스타가 동시에 나타나는 ‘지극히 낮은 확률’에 의지해야 한다.

 한화는 약팀으로 꼽힌다. 그러나 베테랑 김응용 감독은 노회하게 상대의 허점을 파고들 것이다. 코칭스태프가 선수들을 너무 몰아세우기보다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를 조성하면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

 프로야구에 첫발을 내디딘 NC의 약점은 타격이다. ‘홈런 한 방’을 쳐줄 선수가 안 보인다. 한두 점 차 승부에서는 그런 한 방이 필요하다. 물론 정규시즌 전체를 봤을 때는 투수력이 강한 게 낫다. 외국인 투수도 3명을 쓸 수 있으니, 선전을 기대해 본다.

 9개 구단 체제도 변수가 될 것이다. 한 팀이 무조건 쉰다. 감독과 투수코치의 역할이 중요하다.

쉬는 날이 생긴다고 선발 로테이션에 손을 많이 대거나, 선발을 중간으로 쓸 경우 자칫하면 투수진 전체가 엉망이 될 수도 있다. 감독들 머리가 많이 아플 거다. ‘하는 사람’들이 많은 고민에 휩싸일 때 ‘보는 사람’들의 즐거움은 커진다.

 2013 프로야구의 감독과 선수, 목이 터져라 응원할 모든 팬들에게 행운이 깃들기를.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 기술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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