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규모·투자순위 이견 팽팽 … 대치하다 때 놓치면 효과 줄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둘러싸고 여야가 설전(舌戰)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올 들어 크게 악화된 민생 경기를 살리기 위해 추경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대를 이뤘다.

그러나 추경 규모와 시기, 방법을 두고는 이견이 커 논의 과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 여야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이어 4월 임시국회에서 추경을 놓고 대치할 경우 추경이 편성되더라도 경기 진작 효과를 제때 내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정부의 추경 편성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당의 정책위의장 대행을 맡고 있는 나성린 의원은 28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경제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급한 대로 돈을 투입해서 일자리를 유지하고 비정규직 문제를 완화시켜주는 게 서민을 위해 가장 중요하다”며 추경 편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주당도 추경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민주당 변재일 정책위의장은 “경기부양 차원에서 추가경정예산 편성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야가 가장 큰 입장 차를 보이는 것은 재원 조달 방법이다. 새누리당은 적자국채(세입보전공채) 발행을 주장한다. 나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지금 세금 잉여금이 없어 적자국채 발행을 반대하면 다른 조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재정건전성에 부담이 되더라도 경기를 활성화해 장기적으로 국가 재정에 도움이 되게 하겠단 판단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적자국채 발행을 하되 증세도 함께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민주당이 지난 대선 때 주장한 부자 증세나 대기업 비과세 감면 축소 등 세입 증대·세출 축소 방안에 힘을 싣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야당의 증세 주장에 대해 나 의원은 “증세는 회계연도 중간에 세법을 고치기 힘들다. 세법을 고쳐 소득세나 법인세를 올린다 해도 그 세수가 올해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며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이에 민주당 변 의장은 “적자국채 발행만으로 10조원 넘는 자금을 조달하면 균형 재정이 어렵다. 추경과 별개로 국가 부채 관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돈을 투입하는 우선순위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다. 새누리당은 ▶일자리 창출 ▶부동산 시장 활성화 등을 제1 용처로 꼽는 반면, 민주당은 ▶비정규직 정규직화 ▶공공 분야 일자리 확대 등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지금의 경제위기는 서민 경제위기이지 대기업이나 부자들의 경제위기는 아니니, 서민경기 회생에 집중해야 한다(이용섭 의원)”는 것이다. 여야는 지난 대선 때에도 추경을 둘러싸고 격론을 벌였었다.

이소아 기자

[관계기사]

▶ 2.3% 저성장 쇼크…경제민주화보다 경기 살리기 총력
▶ '0%대 성장률' 탈출 비상…돈 더 빨리 더 많이 푼다
▶ 세수 7조 줄어 예산 '구멍'…서민까지 세 부담 늘 듯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