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통의 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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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수사담당자들로 구성된 비위공무원 단속반에서는 중앙관서를 비롯해서 국영기업체까지를 포함한 공무원 및 그에 준하는 사람들의 부정을 들추어 관기숙정에 나섰다. 지난달 10일이래 잘못이 드러나 사표를 내게된 대상자가 1백명을 넘는다니 5·16후 가장 큰 규모인 듯 하다.
년 전 모 대학이 조사한 공무원부정의 실태를 보면 부정의 수단으로 공갈 협박 사기 횡령 배임 직권남용 수회 증회 등 가지각색이었는데, 이 가운데 횡령과 수회가 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결론이었다. 또 그 조사 통계에 의하면 자유당 말기에 비등했던 공무원 범죄가 4·19와 5·16에 잠시 뜸했다가 제3공화국이 수립된 다음부터 차츰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무원의 부정이 사사로운 욕망으로 저질러지는 것이고 또 그들의 부정이 빈번해지는 것은 사회 전반적인 부패의 투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 하겠다. 정부가 여러모로 본받으려 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모든 공무원에게 『개인이나 당파 또는 정부의 어떤 부서에 대한 충성에 앞서 최상의 도의 원칙과 국가에 대하여 충성』할 것을 「공무원 윤리 헌장」에서 요구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공무원의 부정을 말할 때 사욕을 채우기 위한 범법행위에만 가혹하고 어느 특정인이나 당파 또는 정부의 어떤 기관에 대한 그릇된 충성에는 눈을 감는 버릇이 있다. 전자가 나불거진 종기라면 후자는 깊이 염통에 든 병인데도 본말을 제대로 챙기는 일은 별반 없는 것이다.
선거의 소용돌이를 앞두고 부정공무원이란 이름의 종기를 도려내는 이번 수술이 과연 염통에 든 병까지를 다스려 공무원으로 하여금 『최고의 도의적 원칙과 국가에 대한 충성』을 일깨우게 하는 효험을 보일지 두고 볼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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