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로 돈 버는 병원 10곳 키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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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형병원들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질병 치료 실력을 갖추고 있다. 매출의 95% 정도가 환자 진료에서 나온다. 반면 미국의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 같은 데는 매출의 상당 부분을 기술 판매나 특허료, 임상시험 등에서 올린다. 이 병원은 류머티스성 관절염 치료제를 개발해 2008년 8조4370억원을 벌었다. 세계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방사선 암치료기인 사이버나이프는 미국 스탠퍼드대학병원이, 항암치료기인 토모테라피는 위스콘신대학병원이 개발했다. 이 병원들의 힘은 연구에서 나온다. MGH는 2009년 6820억원을 연구비로 썼다.

 한국 병원들도 진료에서 연구로 무게중심 이동을 시작했다. 보건복지부는 26일 가천의대 길병원과 경북대·고대구로·고대안암·분당차·삼성서울·서울대·서울아산·아주대·연세대세브란스 등 10곳의 대학병원을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했다. 지방병원으로는 경북대병원이 유일하다.

 복지부 허영주 보건의료기술개발과장은 “의과대학에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 있는데 이들의 두뇌와 임상진료 노하우를 활용해 창조경제의 성장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중심병원을 지정했다”며 “병원의 우수한 자원을 많이 활용하자는 차원에서 10곳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대학병원에는 오랜 진료 노하우가 축적돼 있다. 환자를 통해 터득한 지식이다 보니 기업 실험실 노하우보다 훨씬 생생하다. 이런 걸 더 연구해서 신약, 첨단 의료기기, 새 치료법 등을 개발해 블록버스터(세계적인 히트 제품)를 만들어 미래의 먹거리를 창출하자는 것이다. 병원이 개발에 관여한 기술은 상업화하기가 훨씬 쉽다. 이미 서울아산병원 같은 데는 우수한 벤처기업들이 입주해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복지부는 연구중심병원에 향후 9년간 매칭펀드 방식으로 2조4000억원(정부 1조원, 민간 1조400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한다. 연구인력 지원도 파격적이다. 전문연구원은 병역특례(대체 복무)를 인정해주기로 병무청과 협의를 마쳤다. 원래 연구비는 인건비로 쓸 수 없는데 의사들이 진료를 덜 하고 연구할 수 있게 이 규정을 고쳤다. 연구비의 40%까지 내부 인건비로 사용할 수 있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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