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짜증나서 만든 앱으로 500억 번 고교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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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한동안 잠잠했던 미국 벤처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섬리’ ‘와이파이슬램’ 두 앱의 성공 때문이다. 사진은 ‘섬리’ 개발자 닉 댈로이시오. [사진 www.standard.co.uk]

연이은 벤처 성공신화가 전 세계 정보기술(IT) 업계를 들뜨게 하고 있다. 인터넷검색 업체 야후는 영국의 17세 고등학생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을 수천만 달러에 사들였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애플은 설립한 지 2년밖에 안 된 실내 위치정보 제공업체 ‘와이파이슬램(WiFiSLAM)’을 2000만 달러(약 222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두 벤처기업 모두 애플과 야후의 아킬레스건을 보완해줄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단번에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야후 사로잡은 섬리(Summly)

1995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닉 댈로이시오는 학교 숙제 때문에 구글 검색을 하다 짜증이 났다. 방대한 검색 결과 속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는 데 시간을 많이 허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검색 결과를 일목요연하게 요약해주는 기술은 없을까.

 12세 때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했던 그는 방대한 정보를 핵심 내용만 모아 정리해주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알고리즘 개발에 직접 나섰다. 반응은 예상외로 뜨거웠다. 14세가 된 2010년 그는 홍콩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실리콘밸리 뉴스사이트 테크크런치에 실린 그의 애플리케이션 소개기사를 본 홍콩 재벌 리카싱의 투자회사였다.

 리카싱은 아이디어만 보고 그의 회사에 30만 달러를 투자했다. 그 뒤를 이어 비틀스 전 리더 존 레넌의 부인 오노 요코와 소셜 게임업체 징가의 마크 핀커스 CEO 등이 에인절투자에 나서면서 일약 세계적인 벤처사업가로 떴다. 그러자 야후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섬리를 인수하고 댈로이시오와 개발진도 통째로 스카우트하기로 한 것이다. 업계는 야후가 섬리 인수에 2000만(약 288억원)∼4000만 유로(약 576억원) 정도를 투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 검색시장에서 구글에 밀린 야후는 IT 기업으로의 변신을 꿈꾸고 있다. 댈로이시오 같은 젊은 피가 절실하다. 여기다 섬리는 야후의 강점인 뉴스서비스를 보완해줄 수도 있다. 댈로이시오는 아직 고등학생이지만 재택근무를 불허한 메리사 메이어 CEO의 방침에 따라 야후 영국법인에서 일하면서 주경야독할 예정이다.

 ◆애플 고민 해결할 와이파이슬램

와이파이슬램의 지도앱.

실내에 있는 사용자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실내에선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신호가 잡히지 않기 때문에 와이파이(WiFi·무선인터넷) 신호를 활용해 위치를 찾아낸다. 회사 측은 오차범위가 2.5m 이내라고 소개하고 있다.

 지도서비스는 애플의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다. 스티브 잡스 사후 경영권을 이어받은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애플지도를 야심 차게 선보였다. 아이폰5에선 구글지도를 아예 빼버렸다. 그러나 애플지도가 시장에서 혹평을 받으면서 애플 사용자조차 구글지도를 다시 내려 받아 쓰는 굴욕을 감수해야 했다.

 애플이 신생벤처 인수에 2000만 달러나 쏟아부은 건 아직 구글조차 완전하게 구현하지 못한 실내 위치정보서비스를 앞세워 단번에 구글지도를 따라잡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실내 위치정보서비스가 보편화되면 공항의 출입구나 탑승구 안내에서 쇼핑몰이나 박물관 안내 등 무궁무진한 애플리케이션 개발이 가능해진다. 애플의 간택을 받았지만 와이파이슬램은 워낙 작은 회사여서 IT 업계에서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조셉 후앙, 제시카 충, 데이브 밀맨과 구글 엔지니어 대린 테이 등 4명이 2010년 설립했다. 공교롭게도 이 회사 에인절 투자자 중 한 명도 구글 직원이다.

정경민 특파원

◆ ‘섬리(Summly)’는 어떤 앱?

- 영국 개발자 닉 댈로이시오(17)가 2012년 개발

- 장문의 뉴스를 400자 내외의 단문 뉴스로 줄여 모바일 기기서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도록 최적화

- 애플 앱스토어에서 약 100만 건 다운로드 기록해‘2012 베스트 아이폰 앱’에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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