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 본 세계적 고서|고 전형필씨 박물관서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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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고 전형필(간송)씨의 개인 박물관인 보화각(보화각·서울시 성북구 성북동)에서 세계적인 진본인 이조 초기의 용감 수감을 비롯한 국보 또는 보물 급의 210권의 고서가 발견되어 새 봄을 맞은 학계에 큰 기쁨을 안겨주었다
보화각은 5년 전인 62년에 56세로 작고한 전씨가 평생을 두고 수집한 수많은 고서화 및 도자기 등을 간직한 우리나라 유일의 개인 박물관으로만 알려지고 있었다 .6·25이래 문을 닫고 있던 동 박물관을 금년 봄에 새로 개관코자 유족 및 관계자들이 정리작업을 하던 중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2만여 권의 방대한 한적장서 가운데서 새로 희귀한 책들을 가려대게 된 것이다.
금년 들어 보화각 장서 정리작업에 참가했던 문화재 총 위원장 김상기 박사를 비롯한 이홍직, 김원룡, 최순우, 진홍섭씨 등 사계의 권위자들은 장서 속에 간직된 우리나라 유일본과 또는 출판 문화 연구나 국학 연구에 무거운 비중을 지닌 책들이 너무나 많아 흥분과 기쁨을 가누지 못하고 있다.
24일 현재 2만여 권의 장서 중 약 절반인 1만여 권에 대한 정리를 끝낸 관계자들은 고인인 전씨가 고 미술품 수장가로서 뿐만 아니라 장서가로서도으뜸이라고 놀라움을 말하면서 나머지 장서 속에서도 어떤 귀중본이 새로 발견될지 모르겠다고 기대에 부풀고 있다.
즉 전씨 소장본으로 기왕에 「훈민정음」「동국정운」「안향금보」 등은 모두 국보로 지정된바 있기는 하였으나 그밖에 이와 같은 방대한 장서와 귀중 본이 있었다는 사실은 아무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새로 햇볕을 보게된 용감수감 7책 한 질만 하더라도 그 본 고장인 중국에서조차 완질이 없어 일본에 전래된 것과 합쳐서 영인을 해야했을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전씨 소장의 그것은 보기에 아름다운 송설체의 순천판본으로서 책의 내용과 함께 우리나라 출판 문학사는 물론 서지학상의 중요한 발견으로서 세계적인 진본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밖에도 우리나라 유일의 귀중 도서인 갑인자 주자본인「본초」권7, 「여사서 언해」, 「속오체의」 및 목판본인 「삼한시귀감」, 「몽산화상법어 언해」초판본 등 이조 전기의 것 10여 종과 서지학상 희귀본으로 지목되는 책들은 별 항의 것들이다. <관계기사 5면에>

<놀랍고 …고인에 감사할 뿐>
▲문화재 총 위원장 김상기 박사의 말=놀라운 장서요, 엄선 수집된 한적들이다. 만금으로도 못사는 세계적 진본들이 보이는데 이것들을 밖으로 흘러 나가지 못하도록 모아둔 고인에게 거듭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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