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암 발생률 1위 갑상선암 … 수술하면 생명 지장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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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회 기자]

‘국내 1위 갑상선암’ 정말 많이 발생하는 것일까? 4년 전 임신 중기의 산모가 목에 큰 혹이 만져진다고 찾아왔다. 이전에 목이 좀 부었다는 느낌을 들었다고 했으나, 특별히 검사를 받지 않았다고 했다.

 다른 병원에서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받았으나 갑상선이 조금 커진 것 외에 특별한 문제는 없다고 했다. 환자는 본원에서 다시 시행한 초음파 검사에서 갑상선 유두암이 의심되어 세침흡입검사를 시행했고, 미만성 갑상선 유두암이 진단 돼 분만 후 수술을 받았다.

 최근 여러 여자 연예인들이 갑상선 암 진단 받으며, 갑상선 암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12년도에 중앙암등록본부에서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2010년에 우리나라에서 연 20만2053건의 암이 발생했다. 그 중 갑상선암은 남녀를 합쳐서 연 평균 3만6021건으로 전체 암 발생 비율의 17.8%를 차지, 1위를 기록했다. 발생건수로 보면 남자의 경우 6231건이 발생해 남성암 중 6위를 차지했고 여자의 경우 2만9790건으로 여성암 중에서 1위다.

 그럼 이렇게 많은 갑상선암이 갑자기 생긴 것일까? 많은 전문가들의 첫 번째 의견은 많이 ‘발생’ 했다기 보다는, 많이 ‘발견’ 했다고 보고 있다. 이는 최근 국민적으로 관심이 높아진 건강검진과, 초음파기기 정밀도의 상승, 숙련된 검사자들의 증가가 원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전체암에 대한 평균 증가율에 비해서 갑상선 암의 높아진 추세는 우리 나라 뿐만아니라 미국·유럽 또한 비슷한 실정이다. 두 번째 의견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갑상선 암의 발생률은 세계 1위로 인구 십만명당 44.7명이며, 일본의 8배, 유럽의 6배, 미국의 4배가 넘는다.

 또한, 3㎝ 이상의 큰 암의 발생도 함께 증가 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발견’의 증가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이러한 이유로 대한갑상선학회에서도 이렇게 많은 증가의 원인 규명에 정부가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고 있다. 어릴 때 두경부에 악성종양 치료를 위한 과량의 방사선이 노출 되는 경우나, ‘BRAF’라는 유전자의 변형 등이 갑상선암의 원인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아직 갑상선암의 발생에 대한 정확한 원인은 규명 되지 않고 있다.

 갑상선 검사는 검사자의 숙련도, 병리검사의 전문성, 초음파 장비의 정확성에 따라 결과의 정확도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갑상선 암의 진단은 전통적으로 초음파를 통한 미세침세포흡인검사(FNAB)를 통해서 진단을 한다. 미세침세포흡인검사는 가느다란 주사기를 결절안으로 넣어 세포를 흡인하여 검사하는 방법으로, 여러 검사 중 비용도 비교적 낮으며 정확도도 90%이상으로 매우 높아, 효율적인 검사이다. 이외에도, 중심침생검(core needle biopsy), 분자표지자(BRAF, RAS, RET/PTC, galectin-3)검사 등이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갑상선암의 예후는 대체적으로 좋은 편이며, 암중에서는 비교적 ‘착한’ 암으로 치료를 잘 받을 경우 대부분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이런 이유로 5㎜이하의 작은 갑상선 결절의 경우 예후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점, 사회적인 비용의 증가 등 여러 가지 면을 고려해 너무 많은 검사를 자제하고 있는 것이 추세다. 하지만,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갑상선 역형성암의 경우 예후가 좋지 않은 않으므로, 조기에 적극적인 발견 및 치료를 해야 한다.

 갑상선암이 아닌 양성종양의 경우에 혹이 너무 커서, 기도나 식도를 압박하는 경우 수술을 해 제거해야 한다. 최근에는 비수술적 치료로 레이저를 이용한 제거술 혹은 고주파를 이용한 제거술 등이 시행되고 있어 흉터 없이 치료 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초기에 비싼 비용이 들어가는 단점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추적검사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이고 비용도 줄어 혹으로 인해 민감한 환자들에게는 좋은 선택이라 할 수 있겠다. 실생활에서 갑상선암을 예방 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없다. 하지만 가족 중에 갑상선암이 있거나, 악성종양 치료 등으로 어릴 때 두경부에 방사선 조사가 많았던 경우는 전문가를 찾아 진료를 하는 것이 좋겠다.

글=장찬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갑상선암 Q&A
양성 결절, 암으로 안변해 수술 후엔 호르몬제 복용

Q. 갑상선 결절이 있을 때 꼭 미세침세포흡인검사를 해야 하나.

A. 갑상선 암을 진단할 때 여러 검사 중 가장 정확도가 높다. 따라서, 악성과 양성을 구분하는데 가장 비용 효율적인 검사다. 단, 결절이 5㎜이하로 작거나, 전형적인 낭종의 경우 미세침세포흡인검사가 필요하지는 않다. 다만 일부의 경우 한번의 검사만으로 진단 되지 않아 반복해 검사가 필요한 경우가 종종 있다.

Q. 양성 결절이 암으로 변하나.

A. 일반적으로 양성결절이 암으로 변하지는 않는다. 다만, 미세침세포흡인검사의 경우 정확한 검사이긴 하나, 5%내외에서 오류가 발생할 수 있고, 갑상선 여포암의 경우 미세침세포흡인검사 만으로 정확한 진단이 어렵다. 또한, 초기검사에서 검체가 충분히 흡인이 되지 않았을 경우 양성으로 판단하기 보다는 추적검사를 해 재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Q. 갑상선 결절이 요오드가 많이 들어간 해조류 음식이 도움이 되나.

A. 요오드가 부족한 지역에서 생기는 갑상선 종이나 결절은 크기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요오드섭취가 매우 많은 지역으로, 요오드의 섭취량을 권유하거나 금지하지 않는다. 하지만, 갑상선 결절과 함께 갑상선염이 동반되는 경우에 다시마 환 등을 이용한 고용량의 요오드 섭취는 갑상선 기능의 이상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주의하는 것이 좋다. 또한, 갑상선암 수술후 방사선옥소치료를 시행하는 경우에 치료효과의 증대를 위해 저요오드 식이를 해야 한다.

Q. 임산부나 수유부에서도 미세침세포흡인검사를 할 수 있나.

A. 임산부나 수유부에서도 비교적 안전하게 할 수 있는 검사다. 식사와 상관이 없으며 입원할 필요 없이 외래에서 시행 할 수 있다.

Q. 갑상선 암 치료 후에는 일상생활이 가능한가.

A. 갑상선 암 환자는 수술과 방사선 치료 기간 이외에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직장생활에도 아무런 지장이 없다. 즐거운 마음으로 갑상선 호르몬제를 꾸준히 복용해 치료를 받고, 주기적인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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