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29만 도시에 아쿠아리움 2개 … 여수의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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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시 해양수산과학관이 지난해 여수엑스포 때 문을 연 한화 아쿠아플라넷과 기능이 중복돼 관람객 감소와 적자 누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98년 개관한 해양수산과학관 주 전시관의 천장·벽면 수조(오른쪽)와 아쿠아플라넷의 주요 수조인 ‘360도 아쿠아돔’. [중앙포토], [프리랜서 오종찬]

어지간한 도시엔 하나도 없는 대형 수족관이 전남 여수시에는 두 개가 있다. 돌산읍에 있는 전남해양수산과학관과 여수해양박람회 부지에 세워진 한화아쿠아플라넷이다. 두 시설의 거리는 10여㎞ . 인구 29만 명인 도시에서 수족관 두 개가 지척에 있으니 둘 중 하나는 영업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998년에 문을 연 해양수산과학관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호남 최대의 아쿠아리움이었다. 연면적 5702㎡ 건물에 96억원을 들여 개관한 해양수산과학관은 크고 작은 수조 56개에 어류 100여 종 5000여 마리를 전시 중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바다거북 10마리와 갯벌생태수조 등 바다와 관련된 다양한 교육시설이 이곳의 자랑이다. 지자체가 운영주체인 덕분에 관람료(3000원)가 저렴해 여수는 물론 인근 주민·학생들로부터 인기를 끌었다. 개관 이래 누적 관람객 수는 600만 명이다.

 해양수산과학관이 누리던 호시절은 지난해 8월로 옛이야기가 됐다. 인근에 국내 최대 규모의 아쿠아플라넷이 개장하면서다. 원래 여수해양박람회 시설의 하나로 운영하던 것을 박람회 폐막 후 한화그룹이 재개장한 것이다. 최신 시설을 갖춘 것은 물론이고 규모 면에서도 전시 어류 280종에 3만4000마리로 해양수산과학관을 압도한다. 더구나 아쿠아플라넷에선 해양 공연과 트릭아트 미술관 등 다양한 볼거리로 관람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관람료를 뺀 모든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해양수산과학관의 입장객 수가 줄어드는 건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었다. 1, 2월 두 달간의 관람객은 4만800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줄었다. 같은 기간 아쿠아플라넷은 12만2000여 명이 관람했다. 해양수산과학관은 지난해 입장수익이 2억9000여만원에 그쳐 7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 상태로 가면 적자만 눈덩이처럼 쌓일 게 분명하다. 민간 시설에 밀려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 시설이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기에 빠진 것이다.

 해양수산과학관의 운영주체인 전남도는 아쿠아플라넷 개관 이후 수족관이 없는 목포 등 전남 서부권으로 해양수산과학관을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500억원에 이르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운영권 이관 등을 통해 시설을 차별화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전남도는 여수시에 기부채납 방식으로 해양수산과학관을 이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여수시는 적자 운영에 대한 보전을 요구하고 있어 이마저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여수시 관계자는 “아쿠아플라넷은 먼 바다나 외래종 어류가 많고, 해양수산과학관은 국내 연근해의 생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면서도 “적자 운영이 불가피한 공공 시설인 만큼 운영비 지원을 받는 방안을 전남도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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