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아군을 죽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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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미군은 칸다하르 북부의 눈덮인 능선과 밭으로 둘러싸인 조그만 촌락에서 자신들이 저지른 일을 아주 자랑스러워 했다.

1월 24일 미군 특수부대원들은 우루즈간의 샤르잠 고등학교를 기습 공격하는 데 완벽하게 성공한 듯했다. 같은 날 밤 다른 특수 부대도 1마일(1.6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군사 주둔지를 기습했다.

미군은 이날 모두 합쳐 아프간인 21명을 죽이고 27명을 생포했으며 무기와 탄약을 파괴했다. 미국은 사망한 이들이 탈레반이라고 밝혔다. 이 작전에서 미군은 병사 1명이 경상을 입었을 뿐이었다.

미국은 이것이 아프가니스탄 전쟁 개전초기의 가장 인상적인 지상작전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이 작전은 미국의 가장 비참한 실책으로 판명될 지도 모른다. 우르즈간과 주변 지역 당국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사람들을 잘못 살해했다.

샤르잠에서 학살당한 병사들은 적군 전사들이 아니라 미국이 지원하는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과도정부 수반에게 충성하는 반(反)탈레반군 병사들이었다.

이들은 새로운 지역 정부에게서 남아있는 탈레반군의 무기를 수거하라는 군사임무를 부여받았다. 우르즈간의 사업가 압둘 가니는 "끔찍한 실수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미국인들은 이 실책을 인정할 생각이 없는 듯하다. 처음에 미국은 자신들이 엄청난 잘못을 저질렀을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이제 미군 관계자들은 미군이 일부 반탈레반 병사들을 공격했을 수도 있음을 시인하고 있다. 하지만 탈레반 전사들도 당시 현장에 있었다고 주장한다.

미국인들은 비공식적으로는 그나마 사과하는 모습을 보인다. 한 군사 관계자는 포로 27명 중 일부는 곧 석방될 것이며 "사과를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칸다하르의 한 아프간 고위 관리는 "미군 지휘관들이 자신에게 실수가 있었음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의 공식적인 조사가 진행 중이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미군 특수부대는 헬리콥터 8대와 방탄 지프 2대와 함께 1월 24일 오전 2시가 거의 다 된 시각에 우르즈간으로 이동했다. 아프간 주민들은 미군이 고등학교를 기습해 자고 있는 아프간 병사들을 발견하고 침대들을 향해 난사했다고 말했다.

도랑에 몸을 숨겨 공격을 피했던 함둘라라는 이름의 경비병은 학교 안의 사람들이 "알라의 자비로 우리를 죽이지 말아달라. 우리는 항복한다."며 간청하는 소리를 들었다. 주민들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대부분 가까운 거리에서 총격을 가했다. 2시간 후 미 특수부대는 헬리콥터를 타고 부상했다.

그러자 공중을 배회하던 AC-130 공격기의 기관포와 기관총이 학교와 탈레반이 전에 이용하던 차량을 향해 불을 뿜었다. "차들이 불타올랐다."고 압둘 살람은 회상했다. 그는 3시간 후 학교로 살금살금 다가갔을 때는 "내 친구들이 모두 죽어 있었다."

우르즈간은 확실히 군대의 정체를 혼동할 수 있는 지역이다. 이 지역은 수백 명의 젊은이들이 탈레반 정권을 위해 무기를 든 탈레반의 온상이었다. 미군의 기습을 받은 군사 시설을 관할하고 있는 군벌 모하메드 요우니스는 탈레반 고위 지도자들과 친했다.

그의 아들은 탈레반 운동 창설자 중 한 명인 모하메드 압바스 아쿤드 탈레반 보건장관과 가까운 사이였다. 칸다하르의 한 관리는 아쿤드와 일부 탈레반 지도자들이 우르즈간 외곽 산악 지역에 은신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미군이 이들을 찾으려다가 단순히 잘못된 장소로 갔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아프간인들은 미군 지휘관들이 경쟁자를 제거하려는 군벌들에게 속았을 수도 있다는 의혹을 가지고 있다. 이 군벌들에는 이번 미국 공격에서 살아남은 요우니스도 포함된다. 과도정부 수반의 형제 아메드 왈리 카르자이는 "아프간인들 탓이다. 이것은 아프가니스탄의 잘못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에 관대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샤르잠 고등학교 공격의 무자비함이 하나의 이유다. 미군 공격 이후 현장에 갔던 한 목격자는 미국인들이 침대 밑에 숨거나 출입문으로 도망치는 아프간인들에게 총격을 가했다고 말했다.

미국 국방부는 아프간인들이 먼저 발포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주민들은 학교 안에서는 총성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고 말한다. 손목을 묶인 채 죽은 아프간인도 두 명 발견됐다. 한 미군 병사는 글을 남기고 떠났다. "좋은 하루 보내라. 데미지社."

공격 후 며칠이 지났지만 학교 교실들은 여전히 피로 흠뻑 젖어있다. 살육 현장을 둘러 본 우르즈간의 한 노인은 "미국은 여기서 저지른 일에 대해 반드시 벌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수일지라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 것이다.

MICHAEL WARE/URUZGAN (Time) / 이인규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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