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후보 단일화 운동의 좌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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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야당 대통령 후보 단일화 운동은 신한당이 민중당 지도층의 인책 사과를 요구하고 추진 위원회의 단일화 절충 방안을 거부하며 조정 위원을 파견치 않기로 당론을 확정지음으로써 사실상 좌절됐다. 연립 전선 형성이나 야당 통합에 의한 야당 대통령 후보 단일화는 정당 정치의 정상화를 바라는 국민의 여망이었기 때문에 민중·신한 양당은 이러한 여론에 외면할 수가 없어 이번에도 만부득이 단일화 운동을 추진해 왔던 것이다. 그려나 양당간의 뿌리깊은 대립의 유래를 잘 알고 있는 국민의 눈에는 이 운동이 실패에 돌아갔다고 해서 조금도 놀라운 일은 아니며 미리 예견되었던 일이라고도 할 것이다.
그동안 야당 대통령 후보 단일화 운동을 추진해 온 양당의 협상 태도를 보면 그 어느 쪽에서도 성실성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고, 다만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궁지에 몰아넣고, 나아가서는 단일화 운동이 실패에 돌아갈 경우 그 책임을 상대방에게 전가시킬 것인가에 만 급급해왔던 것이다. 따라서 이런 종류의 협상이 실패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단일화할 생각은 추호도 없으면서 마치 단일화를 이루어 몰 생각이 있는 듯이 정치적인 「쇼」 벌여 국민을 현혹시킨데 대해서 양당은 다같이 깊은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그보다는 단일화 운동의 추진 역전 좌절이 야당에 대한 유권 대중의 신임을 더한층 저하시켰다는 사실을 에누리없이 직시하여야 할 것이다. 앞으로 양당은 단일화할 속셈은 없으면서도 정치적인 잔재주를 부리는 것은 야당 진영을 공멸의 길로 몰고 가는 위험천만한 곡예임을 똑똑히 인식하여 다시는 이런 불성실한 정략적 협상을 되풀이 않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단일화 운동이 사실상 좌절되고만 이 마당에 있어서 양당은 저마다의 입장에서 실패의 책임을 상대방에 전가시킴으로써 떨어진 위신과 잃어버린 인기를 되찾아 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공정하게 평한다면 단일화 운동 좌절의 책임은 양당이 똑같이 져야 할 것이며 그중 어느 한쪽의 책임이 더 크고 다른 한쪽의 책임이 더 작다는 생각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와서 실패의 책임을 서로 전가코자 한다는 것은 야당 진영 전체의 위신을 깎고 야당 진영 전체에 대한 국민의 동정과 신임을 떨구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양당은 이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우리 사회의 정치 풍토로 보아 적어도 현시점에서는 야당 후보 단일화 운동의 성취란 애초부터 불가능했던 것이며 이번 협상의 실패는 그것을 다시 한번 사실로 입증해 준데 불과하다는 담담한 심정을 가지고 절대로 상호 비난을 삼가고 저마다 선거 태세 확립에 주력하는 것이 온당할 것이다. 우리 사회의 정치 풍토로 보아 야당 후보 단일화 운동은 아마도 앞으로도 상당한 세월을 두고 한낱 이상론에 불과 하다고 봄이 타당할 것이다. 재론하거니와 양당은 양당끼리 싸우는데 정력을 소모할 것이 아니라 양당간에는 선의의 경쟁이 전개되도록 하고 야당으로서 대여 공세 전개에 그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야당 진영이 입은 상처를 아물게 하는데 다소라도 도움이 될 것이다. 민중·신한 양당이 참말로 야당을 자처한다면 비열하고 무가치한 책임 전가와 상호 비난은 어디까지나 삼가도록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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