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기발·황당·유쾌'지미 뉴트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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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클로디온(社)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상상력이 뛰어난 컴퓨터 애니메이션 '지미 뉴트론(Jimmy Neutron: Boy Genius)'의 주인공 지미 뉴트론의 현재는 미래적이면서 동시에 과거적이다.

'지미'가 살고있는 미국 레트로빌은 1950년대식 미래주의적 상상과 현대의 기술을 현란하게 섞어놓은 듯한 모습이다. 레트로빌 마을의 PC들은 동네 전파상에서 어설프게 만든 것처럼 생겼고 동네 놀이공원의 탈 것들은 로켓 공학의 정수와 속이 울렁거릴 정도로 어지럽게 만드는 구식 놀이기구들을 합친 듯하다. 지미의 매끈한 머리 모양도 부모님 세대나 좋아할만한 구식 멋내기와 합성소재의 공학디자인 같은 분위기를 동시에 갖고 있다.

지미는 그저 평범한 아이다. 로봇개, 이리저리 튕겨오르는 인공위성, 그리고 오후에 집에 와서 옷에서 '학교 냄새'를 빨아들이는 장비를 스스로 만들긴 했지만 말이다. 지미의 부모는 아인슈타인급 지능지수를 가진 아들을 비교적 잘 보살펴 준다(비꼬는 게 아니다). 뉴트론 가족은 종종 지미 때문에 폭발 사건을 겪는다. 지미의 로켓이 지붕에 불시착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때 바보같은 아빠는 어물쩡거리고 나서서 혼내는 사람은 엄마뿐이다.

지미(데비 데리베리 녹음)는 학교에서 가장 똑똑한 소년이다. 그러나 인기와는 거리가 멀다. 지미만큼이나 머리가 좋은 신디 보텍스는 충성스런 악동 친구들을 거느리고 있으며, 뺀질이 닉은 여자애들에게 인기만점이다.

반면 지미와 친한 친구들은 약간 모자라보인다. 칼 위저는 항상 천식 흡입기를 사용해야 하는 땅딸막한 멍청이다. 칼은 자신에 대해서 발표하는 수업 시간에 허둥대다가 급기야는 자신의 눈에 천식 분무액을 뿌린다. 영화에 나오는 모든 소년이 천재는 아닌 것 같다.

부모는 없어도 상관없다?

어느 날 밤 지미는 부모의 말을 듣지않고 몰래 집을 빠져나가 놀이공원 개장 행사에 간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더는 자신과 친구들을 감독하는 부모들이 없기를 소망해 본다.

이들은 자신들의 소원이 이미 이루어졌다는 것을 모른다. 아이들이 옥토퓨크(롤러코스터)를 타고 빙빙 돌고 있을 때 요키안이라는 끈적끈적한 녹색 외계인들이 부모들을 납치한다. 그리고 모두 갑자기 플로리다로 휴가를 갔다는, 믿기 힘든 내용의 쪽지를 남긴다.

고삐 풀린 레트로빌의 아이들은 마구 군것질을 하다가 배앓이를 하고 심한 장난을 치고 놀다가 상처투성이가 된다. 그리고 자신들에게는 엄마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지미는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성난 아이들을 모아 추적대를 만든 후 로켓을 타고 우주로 떠난다.

레트로빌 사람들은 존 A. 데이비스 감독 겸 극작가의 창조물들이다. 지미는 이제 포켓몬과 파워 레인저스에 필적할만한 대스타가 됐다. 지미 뉴트론은 케이블 TV 니클로디온 채널에 잠깐씩 등장하는 것을 시작으로 대중 문화에 점차적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최근 메이시 백화점의 추수감사절 행진 때 지미 뉴트론 고무풍선으로 정점에 달했다.

기발한 신조어들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이 영화의 마케팅 전략은 영화에 꼭 들어맞는다. '지미 뉴트론'의 장난감들은 멋진 플라스틱 장식물을 탐내는 미국인들을 열광하게 만든다.

'지미 뉴트론'은 '토이스토리', 심지어 '슈렉'보다 멋지다. 여기에 현실적인 모습은 전혀 없다. 지미의 세계의 모든 것들은 반짝이고 익살스럽게 과장돼 있다. 마치 크리스마스 아침에 발견한 선물 상자에서 방금 빼낸 것 같다. (어떤 어린이는 수업 시간에 장난감을 보여주지만 너무 애지중지하느라 포장을 뜯어 꺼내보지도 않는다.)

지미가 스스로 만들어낸 말들 또한 흥미롭다. 영화에서 "막 가야쥐!(Gotta blast!)", "짱인데!(jumpin' Jupiter)", "허거덕(Holy cow pie)"같은 용어들이 난무한다. 이 영화는 MTV에 익숙해진 젊은층을 만족시켜줄 만큼 속도감이 있으면서, 동시에 그렇지 못한 어른들에게도 흥미를 느끼게 해줄 듯하다. 꼭 아이들을 데려오지 않아도 어른끼리 영화를 즐길수 있다.

묘한 것은 아이들이 우주로 나가면서 재미가 덜해진다는 사실이다. 어설프게 생긴 요키안들은 익살을 떠는 데 어울리지 않는다. 요키안들은 조그만 달걀 모양의 우주선을 타고 날아다닌다. 그리고 손상을 입으면 진흙탕에 떨어져 버린다. 외계인 지도자와 비굴한 참모의 목소리를 패트릭 스튜어트와 마틴 쇼트가 녹음했지만, 여전히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조그만 흠에 불과하다. '지미 뉴트론'은 2001년에 제작된 어린이 영화 중 가장 유쾌하고 기발하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어지러울 정도로 현란한 장면들에 대비해 좌석의 안전띠를 매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지미 뉴트론'은 '연소자 관람가'이다. 외계인들은 그리 무섭지 않고 불쾌한 웃음은 거의 없다.

Paul Tatara(CNN) / 이인규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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