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영화가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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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잔인성'이란 영화를 촬영 중인 할리우드 스타 조지 클루니가 지난주 미국 공익방송인 PBS에 출연했다.

출연작을 선전하려는 게 아니었다. 그는 자기 나라 대통령을 비난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소프라노스 같다"라고 했다. 소프라노스는 미 케이블 영화채널인 HBO가 제작한 동명 시리즈물에 나오는 마피아 집안의 성이다.

클루니는 부시와 그의 각료들이 이 영화에 등장하는 냉혹하고 폭력적인 두목 빅 토니와 그의 가족 갱단처럼 행동한다고 비난했다. 부시정권의 이라크 침공 계획에 맞선 것이다.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지 말고 사담 후세인과 협상하라는 게 그의 요구다.

제시카 랭은 더했다. 그는 "전쟁을 일으키려는 대통령과 정부를 경멸한다"라고 했다.

'전쟁의 희생자'에 출연했던 숀 펜은 아예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로 날아갔다. 사흘을 머물며 타리크 아지즈 외무장관도 만나고 정책연구소와 물 공장, 어린이 병원을 다니며 현지 실정을 알려고 애를 썼다.

그는 "정부나 대통령을 비난하고 싶진 않다"면서도 "국민에게 이라크를 침공해야 하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전쟁을 하려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갱스 오브 뉴욕'을 만든 영화감독 마틴 스코시즈는 영국 BBC방송에 출연해 "지난 걸프전 때와 마찬가지로 전쟁동기가 석유를 얻으려는 것이라 불순하고 갱처럼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라며 정치적인 해결을 촉구했다.'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출연한 맷 데이먼도 전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물론 모든 할리우드 배우나 감독이 그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할리우드에선 찬성보다 반대의 목소리가 더 크다. 현실이 영화보다 더 끔찍할까봐 그런 것인지.

채인택 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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