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파일] 세계를 감동시킨 뮤지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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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연극.뮤지컬.오페라.공연은 필름에 담겨 전세계에 전파되곤 한다. 무대 공연을 충실히 담아서 전하는 것과, 영화적 번안을 거쳐 전달하는 것 사이엔 차이가 있는데, 개인적으론 후자가 더 좋다. 시.공간을 자유로이 넘나들 수 있는 영화의 장점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차이점을 비교해 볼 뮤지컬 두 편을 소개한다.

'캣츠(Cats)'는 '오페라의 유령''레미제라블''미스 사이공'과 함께 유명 제작자 캐머런 매킨토시의 '빅4'로 꼽힌다. 최근 국내 번역된 T. S 엘리엇의 우화 시집 '노련한 고양이에 관한 늙은 주머니쥐의 책'이 원작으로, 뮤지컬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곡을 만들었다.

1981년 첫 무대에 올려져, 뉴욕의 브로드웨이와 런던의 웨스트엔드에서 최장기 공연 기록을 세웠다. 최근 DVD로 출시된 '캣츠'(전체)는 트레버 넌이 연출했던 오리지널 무대극을 데이비드 말렛이 필름에 담은 것이다.

젤리클 고양이들은 1년에 한번 축제를 열어, 선지자 듀터로노미(켄 피이지)가 다시 태어날 고양이를 지정하는 의식을 행한다. 보름달이 뜬 밤, 폐타이어가 쌓인 공터에 모인 젤리클 고양이들이 동료를 소개하는 춤과 노래를 부른다.

그리자벨라(일레인 페이지)가 '메모리'를 부르며 등장하자, 창녀로 전락한 그녀를 모두 피한다. 그러나 가장 초라한 그리자벨라가 새 삶을 얻는 고양이로 선택된다.

'캣츠'는 줄거리보다 인간의 다양한 측면을 상징하는 고양이들 소개, 삶과 죽음에 대한 명상을 춤과 노래로 표현한다. 미국인도 알아듣기 힘들다는 가사, 변화없는 무대와 고양이 의상은 뮤지컬의 명성에 매혹된 이들을 실망시키기 쉽다.

이를 위로하는 것이 제작 과정과 인터뷰를 담은 부록이다. 웨버를 비롯한 제작진이 첫 무대극에서부터 필름 수록까지를 설명한다. 배우들은 거스로 분한 존 밀스경과 공연한 감격을 토로한다.

'헤어(Hair)'(15세)는 '캣츠'와 비교하면 좀더 영화적으로 번안된 뮤지컬이다. 밀로스 포먼의 79년 작으로 제임스 라도 등의 무대극이 원작이다.

군 입대를 앞두고 뉴욕 구경에 나선 시골 청년 클라우드(존 사베지). 센트럴 파크 공원에서 히피족 버거(트리트 윌리엄스)와 그의 친구들, 그리고 뉴욕 상류층 여성 쉴라(비버리 디 안젤로)를 만나 자유와 사랑을 꿈꾼다. 네바다에서 훈련받는 클라우드를 면회간 히피 친구들과 쉴라. 버거가 클라우드 대신 베트남에 파병돼 결국 전사한다.

히피 문화와 베트남전 파병을 소재로 하여 파격적인 춤과 노래로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와 함께 60년대를 배경으로 한 포먼 감독의 대표작으로 꼽히는데, 이상하게도 평단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옥선희 DVD 칼럼니스트 oksunny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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