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 채널 개국에 부쳐] 장윤택 단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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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석학인 아놀드 토인비는 자신의 저서 '역사의 연구'에서, 문명은 좋은 환경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역경-도전-극복-응전'의 과정에서 탄생한다고 말했다.

도전과 응전 속에 새로운 문명을 꽃피우는 마법의 열쇠가 있다는 것이다. 바스코 다가마가 희망봉을 회항하면서 모든 문명사회의 편견을 부수어 버렸듯이 히스토리채널과 같은 도전적인 분야가 우리 사회에 역사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가져다 주리라고 믿는다.

지금까지 우리 방송에서 다루었던 역사의 소재는 국가.민족.정치 상황 등이 주류였다.

이런 소재들이 교훈적이며 인간사의 총체적인 미래상을 예측하는 가치를 띠고 있다는 걸 누구도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거대하고 딱딱하며 때로는 목적성까지 수반함으로써 시청자로 하여금 역사에 대해 제한된 시각을 갖도록 해 온 것도 사실이다.

이번에 개국하는 히스토리 채널은 국가.민족.정치 같은 '거대한 이야기'에 밀려나 있었던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개인의 역사에 대한 관심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의 히스토리 채널은 다양한 소재를 다룸으로써 세대를 초월해 모두가 공감하는 논픽션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오늘 우리의 역사는 세대간의 충돌, 개인과 전통 소사(小史) 의 붕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사회상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런 흐름은 이미 E.H. 카가 자신의 회의주의적인 역사관 속에서 예견했던 것이고, 헌팅턴이 말한 문명간의 충돌이라는 거대한 패러다임 속에 내재되어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 같은 역사적 혼돈 속에서 중앙방송의 히스토리 채널이 제대로 된 방향타를 세워주고 그동안 가려져 있었던 개인사(史) 와 생활사(史) 등 다채로운 역사를 복원시키는데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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