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후보 ‘희망소녀’ 다시 학교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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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탈레반의 총격을 받았던 유사이자프가 영국에서 등교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학교 폐쇄에 반대하는 운동을 벌였다가 이슬람 무장단체인 탈레반의 테러로 목숨을 잃을 뻔했던 파키스탄의 ‘희망 소녀’ 말랄라 유사이자프(16)가 다시 등교했다. 배움터는 파키스탄 산골 학교에서 영국의 명문 사립학교로 바뀌었다.

 유사이자프는 19일 영국 버밍엄 시의 에드바스턴 여학교에서 수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파키스탄 북서부 지역 스와트밸리의 하교길 통학버스에서 탈레반 소속 괴한의 총격을 받은 지 다섯 달 만이다. 왼쪽 눈 바로 위에 총상을 입은 유사이자프는 응급 처치를 받은 뒤 영국으로 후송돼 수술과 치료를 받고 지난달 퇴원했다. 말할 때 입술이 일그러지는 후유증이 있지만 비교적 건강한 상태다.

 유사이자프는 2009년 영국 BBC방송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스와트밸리를 장악하고 있던 탈레반이 학교의 문을 걸어잠근 일을 익명으로 고발했다. 탈레반은 여성은 교육받을 필요가 없다고 믿는다. 그해 여름 미국 뉴욕 타임스는 학교에 다니고 싶어하는 유사이자프의 사연을 동영상 다큐멘터리로 만들었다. 교사였던 그의 부친이 탈레반들의 눈을 피해 운영하는 비밀 학교도 소개했다. 이를 계기로 탈레반의 횡포가 전해졌고, 파키스탄 정부는 군대를 보내 이 지역에서 탈레반을 몰아냈다. 학교도 다시 문을 열었다. 이후 유사이자프는 지역 어린이의회 의장이 됐고 파키스탄 정부가 주는 청소년상을 받으며 더 유명해졌다. 그러다 추적 보복을 당했다.

 유사이자프의 가족은 영국에 새 둥지를 틀었다. 아버지는 버밍엄 시 파키스탄 영사관의 교육 담당관으로 임명됐다. 13세, 9세의 두 남동생도 영국 학교에 다니고 있다. 파키스탄 정부는 연간 9000파운드(1600만원)인 유사이자프의 학비를 지원키로 했다.

 첫 등교를 마친 유사이자프는 “오늘은 태어난 뒤 가장 기쁜 날이다. 자라나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공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여성교육 운동가를 꿈꾸는 불굴의 소녀는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라 있다.

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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